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맑은 겨울날 무등에 오르다 2

김창집 2019. 2. 21. 17:16


입석대에서 서석대로

 

입석대의 돌기둥은 어디서 바라보아도 장관이었다.

바로 앞에서 파노라마로 전모를 찍으려했으나 마음대로 안 된다.

그러는 중 일행이 먼저 떠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돌아보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사진을 찍으러 올라왔는지 산을 즐기려 왔는지 몰랐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현상은 아랑곳 않고 집착했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서 승천암을 만났다.

옛날 이 부근의 암자에서 무엇엔가 쫓기던 산양을

스님이 숨겨준 일이 있었다. 어느 날 스님의 꿈에 이무기가 나타나

산양을 잡아먹고 승천해야 하는데, 네가 훼방을 놓았다며

만약 종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너라도 잡아먹겠다고 했다.

얼마 후 난데없이 우렁찬 종소리가 들렸고,

이무기는 곧장 스님을 풀어주고 승천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얽힌 바위다.

 

 

승천암에서는 백마능선이 보인다.

백마능선은 해발 800~900m 사이의 2.5km 대규모 능선으로

백마의 잔등 모양지형 위에 억새의 모습이

백마의 갈기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부드러운 곡선이 아름다운 이 길은 호남정맥 길로

큰 경사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장불재를 시작으로 능선을 따라

낙타봉을 거쳐 안양산 정상으로 이어지며,

봄철에는 철쭉군락이 능선구간을 빨갛게 물들이고

가을철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드디어 정상이 내다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이곳은 바로 서석대 위쪽이다.

아래로 안테나가 보이고, 그 옆으로 광주시가지가 드러난다.

    

 


서석대 위에서 정상의 세 봉우리를 보며

 

무등산 정상은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1,187m 천왕봉에 오르면 광주 뿐 아니라

담양, 영암, 나주, 순창 등 호남 일원이 한눈에 들어오며

맑은 날엔 지리산도 조망할 수 있다고 하나

평상시는 통제 중이어서 갈 수 없어 안타깝다.

서석대 위쪽에서 맨 처음 보이는 것이 인왕봉이며,

차례로 지왕봉, 천왕봉이다.

 

 

무등산 남서쪽에 병풍처럼 서 있는 서석대(瑞石臺)

해발 1,050~1,100m에 위치해 있는 주상절리로

87~85백만 년 전 화산분출에 의해 만들어진 석영안산암질응회암이

1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를 거쳐 지표에 노출되기 시작했고,

긴 시간 비바람을 맞으며 현재의 수려한 주상절리와

주변의 너덜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무등산이 예로부터 서석산이라 이곳 전망대에서는

무등산이 광주를 품듯 시가지의 전경과

멀리 월출산을 조망할 수 있고 해질녘에는

서석대에 비치는 노을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서석대를 볼 수 있는 곳은 아래쪽이라 돌아 내려가는데,

하얀 상고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금까지 동남쪽을 돌아오느라 그쪽은 햇볕에 다 녹아버려

못 보았던 상고대가 서북쪽에 남아 있어

눈 대신 하얗게 빛나는 경관을 보게 되었다.

대신 산길은 눈이 녹지 않아 걷는데, 아쉬움이 많았다.


서석대는 무등산 주상절리대의 하나로

입석대보다 풍화작용을 적게 받아

한 면이 1m 미만인 돌기둥들이 약 50m에 걸쳐

동서로 빼곡하게 들이차 있다.

이 돌병풍 같은 서석대에 노을이 비치면

수정처럼 반짝인다 하여 수정병풍이라고도 불린다.

서석(瑞石)선돌의 한자식 표기로(음 차용)

고대 선돌숭배 신앙의 중요한 표상이었다고 한다.

입석대, 서석대로 대표되는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20051216일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우리는 군부대 갈림길에 이르기 전 화장실이 있는 곳에서

중봉에 이르는 길에 들어서서도 자꾸 뒤돌아보며

상고대의 하얀 경치를 즐겼다.

상고대는 보통 무빙(霧氷)’이라고도 하는데,

공중에 떠 있는 작은 물방울이 기온이 내려갈 적에

바람에 의해 나뭇가지 같은 물체에 축적돼 얼어버린 것이다.

사전에는 나무나 풀에 내려 눈처럼 된 서리라고 나온다.

겨울 등산에서 자주 목격되는데, 낮은 온도와 안개와 바람이

합동으로 만든 자연 예술품이라고나 할까?

잠시 햇빛이라도 비치면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상고대는 더 아름다웠고,

거기다 낮달까지 구색을 맞추어 준다



  

 

중머릿재를 거쳐 증심사로 내리다

 

우리는 중머릿재를 거쳐 조금 쉰 다음

당산나무 거리를 지나 증심사로 내렸다.

아이젠 없이 서석대로부터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주며 내려오다 보니, 다리와 무릎에 무리가 간다.

나이 탓을 하며 중봉에서부터 내려오는데,

어찌나 돌계단이 많은지. 장불재에서부터 당산나무에

이르는 길도 매 한 가지. 조심조심 낙엽을 골라 디디며 내려온다.

그러다 보니 내가 두어 번 다녔던 길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당산나무를 지나고 증심사 일주문에 이르렀을 때야

평지를 맞아 제 걸음을 찾을 수 있었고,

노무현길표석을 보고나서야 무사히 내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삼세 번, 그래도 제 힘으로 걸을 수 있는 나이에

올랐던 무등산, 특히 겨울 맑은 하늘 아래 보았던 무등산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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