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연천 전곡리 유적

김창집 2019. 7. 22. 13:32



2019715일 월요일 흐림

 

  아침에 제주를 출발한 우리는 김포공항에 내려 연천군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시간이 되어 청산면 청신로에 자리 잡은 식당에서 초계탕이란 걸 먹었다. 옛날 같으면 일반 백성들이 감히 꿈도 못 꿀 음식인 얼음을 넣은 초계탕을 처음 대하니 바로 감동이었다. 먼저 나온 닭 날개가 딱딱한 힘살로 된 걸로 보아 포르릉 포르릉 날아다니는 토종닭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평양냉면에 비견할 만한 그 맛의 깔끔함에 모두 놀랐다.

    


연천 전곡리 유적과의 만남

 

  차에서 내려 바로 만난 정문 위의 구석기인은 나를 흔들며 가슴을 뛰게 한다. 더욱이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래는 그 모습은 구석기인과 현대인의 만나 서로가 놀라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20년 전으로 기억되는데, 당시 유적답사로 들른 이곳은 답사정리가 다 끝나지 않은 어지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들른 유적지는 잘 정리가 되고 여러 가지 시설과 조경이 바로 상전벽해 그것이었다.


  월요일이라 박물관 전시실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드넓은 터전에 자리한 여러 곳을 돌아보는데, 일행 중 초등학교 교사 출신 어른이 초딩 컨셉트라고 웃는다. 하기는 곳곳에 선사 체험마을시설과 세워놓은 마스코트와 당시 상황을 재현해 놓은 것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그 모습이 크고 적나라해 어린이 교육과 식구 나들이 장소로도 쓰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덜렁 박물관만 세워 주먹도끼 같은 석기 유물만 전시하는 것보다 백 번 낫겠다.


 

구석기시대(舊石器時代, Paleolithic Period)

 

  구석기시대는 유인원과 갈라져 진화를 시작한 인류가 도구를 만들고 불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루어 낸 최초의 문화 단계이다. 뗀석기(打製石器)의 사용을 특징으로 하는데, 전기 구석기시대(25020만 년 전)의 유적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인류 선조라고 생각되는 화석과 더불어 간단하게 떼어 만든 자갈돌석기가 발견되고 있다. 좀더 뛰어난 솜씨를 발휘해서 만든 찍개공작이라 불리는 전기 구석기시대 전통은 지구의 동반구에 폭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이 전통은 곧선사람(直立原人, Homo erectus)이 이룩한 것으로 보인다.


  구석기시대는 인류의 진화 과정과 도구의 발달 정도에 따라 전기 - 중기 - 후기로 구분된다. 전기는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곧선사람)의 시대로 여러 기능을 가진 찍개류, 주먹도끼 등의 큰 석기를 사용한 시기였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슬기사람)가 살았던 중기에는 석기가 점차 작아지고 기능도 분화되어 여러 종류의 석기들이 만들어졌다. 후기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슬기슬기사람)의 시대로, 돌날기법이 등장하여 석기 제작 능률이 향상되었다. 이어 작은 돌날을 나무나 뿔에 결합하여 사용하는 등 정교하고 전문적인 기능을 가진 도구가 만들어졌다.


  약 4만 년 전에 시작되는 후기 구석기시대는 지역에 따라 독특한 석기문화가 발전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구대륙의 여러 곳과 신대륙의 가장 오랜 석기문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엿보인다. 해부학상으로 현대인에 속하는 화석(크로마뇽인)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후기 구석기시대의 석기는 매우 복합적이고 전문화되었으며, 그 유형이 다양하였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예술전통이 독특하게 나타난다.


*경내에 만들어 세운 이곳 주먹도끼 모양(위)과 국립서울박물관에 전시중인 주먹도끼(아래)

 

우리나라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유적

 

  19783월 한 미군병사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유적은 같은 해 514일 서울대 김원용 교수를 중심으로 조사단이 구성되어 지표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곡리 아슐리안 양면 핵석기 문화예보를 발표하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슐리안은 전기 구석기 시대의 석기문화로 주먹토끼가 처음 발견된 프랑스 St. Acheul 마을 이름에서 유래한다.


  이후 1979326일 김원용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박물관을 중심으로 경희대학교, 영남대학교, 건국대학교가 연합하여 1차 발굴조사를 시작한 이후 전곡리를 중심으로 일대에서 총 17차례에 걸쳐 조사가 이루어졌다. 30여년에 걸친 발굴조사 결과 지금까지 대략 8,500여 점의 식기시대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발견된 석기들은 인근에서 채집한 장자갈로 제작되었으며, 주먹도끼를 비롯해 다양한 찍개와 가로날도끼와 같은 대형석기들과 부수적으로 만들어진 긁개와 소형 박편으로 구성되었다.


  전기 구석기 시대에 해당하는 이런 독특한 문화적 특징으로 인해 전곡리 유적의 연대는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끌어왔는데, 최초로 전곡리에서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시점은 약 30만 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살았던 주거지와 사냥 모습

 

  곳곳에는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움집, 멧돼지를 사냥하는 모습과 털코끼리(맘모스)를 사냥하는 모습을 만들어 놓았는데, 털코끼리의 경우 1961년 함경북도 화대군 장덕리에 있는 늪지에서 이탄(泥炭)을 캐는 과정에서 그 뼈화석이 발견된 바 있다.


  또 다른 짐승 모습은 평양시 상원군 검은모루 동굴유적에서 발굴했던 쌍코뿔이와 넓적큰뿔사슴 같은 지금은 사라진 짐승의 화석에서 힌트를 얻어 세운 것 같다. 검은모루 동굴유적은 평양직할시 상원군 흑우리에 있는 구석기 시대 때 유적으로 북한의 국보 문화유물 제27호이다. 그 유적에서 사람의 뼈와 집터, 그리고 코뿔소와 사슴과 같이 사냥해 잡아먹은 동물의 뼈가 발견된 바 있다. 북한의 학계에서는 검은모루동굴에서 발견된 인골의 모습을 상원사람란 이름을 붙였다.

    


연천 전곡리 유적 선사 체험마을과 축제

 

  넓은 대지위에 자리한 유적 주변에 선사 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었다.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보면 구석기 체험 존을 시작으로 구석기 바비큐 체험’, ‘물고기 잡기’, ‘구석기 활쏘기’, ‘가마솥 밥짓기’, ‘와당/장신구 만들기 체험’, ‘구석기 발굴체험’, ‘구석기 의상체험’, ‘음식 만들기 체험등 다양하다.


  매년 55일 어린이날 전후로 열리는 연천 전곡리 구석기 축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석기 문화축제라고 하며, 이 기간 동안에는 매년 9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한다고 했다. 세계적인 선사유적과 박물관들에서 직접 참여하여 전문가 시연과 전시행사를 보이는 선사체험 국제교류전을 비롯하여 다양한 선사시대 프로그램, 원시 퍼포먼스, 공연행사 등이 축제기간 중에 다채롭게 펼쳐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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