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신적벽가 - 문병란

김창집 2019. 8. 6. 08:49


신 적벽가 - 문병란

     -적벽제에 부치는 글

 

물에 잠긴 적벽아, 널 보러 찾아 왔다

천척 단애 웅장한 그 모습 어디로 갔느냐

반 남아 잠긴 반병신 너의 자태 바라보며

칠순의 고로들 꺼지게 한숨 쉰다.

 

물에 잠긴 적벽아, 그 옛날 한산사

저녁 종소리 물무늬 아롱져

부처님 그 음덕 묻어오던 적벽강

학당 마을 글 읽던 선비는 어디로 떠났느냐

망미정 망향정 이제는 문패내린 빈집

물나라 감시초소 육지 속 섬마을

그날의 어진 범바위는 어디에 잠겨 있느냐

 

물에 잠긴 적벽아, 아침 해엔 타오르는 불기둥

저녁 해엔 비단자락 끄는 선녀의 매무새

철따라 고운 옷 갈아입고 맞이한 신랑

적벽은 이 땅의 으뜸 풍광이었다.

천하제일 선경 우화등선 소동파의 풍류였다.

수몰지구 그 사연 물새도 철새도 어디에 날개 접었느냐

 

물에 담긴 적벽아, 널 찾는 나그네

오늘은 타향살이 설움 등에 지고

그날의 못 잊던 그 자취 더듬는다.

이름 하여 동복댐 신적벽 망향정 팔경

여보소 벗님네들 옛 풍류 못 잊어

어대어디 흩어져 쓸쓸히 저무는가

까막까치 길 물어 여기와 눈 비벼 고향 마을 찾는가

 

물에 잠긴 적벽아, 그래도 옛 모습 더듬어

서글픈 적벽제 망향제 그 징소리마저

목이 메어 메아리로 수중 천길 흐른다.

망향정 제상 머리 돼지 머리 콧궁기에

신바람 수심바람 무등산 중머리재 넘어

수몰 역사 호곡하는 축문소리 섧구나.

 

물에 잠긴 이 땅의 수호신 적벽아

물나라 가을은 치런히 흐르고

마음달랠 소나무 한 그루 푸나무 한 포기

불러도 대답 없는 무주고혼

그날의 어진 주인들 어디로 가고

타향의 나그네들 옷소매만 젖는가.

 

불러도 대답 없는 한산사 저녁 종소리

눈 비벼도 솟아오르지 않는 적벽아 범바위야

물나라 가을은 거울 빛 청랑인데

옹성산 산 그림자 두둥실 선경

고샅길 뛰놀던 당산나무 놀이터

밤마다 별들만 쏟아지는 우물터

모두 다 수궁가 한 가락에 사라지고 없구나.

 

적벽아 옹성산아 한번만 입을 열어

우화등선 그 운치 노래하려무나.

호랑이도 부처님도 모두모두 다시 불러

천하의 으뜸 풍경 그 풍류 지펴보자

회향가 망향가 목이 메어 옛 친구 불러놓고

장구소리 징소리 대북소북 장단 맞추어

어이어이 어버이 고혼도 맞이하여

다 함께 불러보자 그리운 이서땅아

옹성산 적벽아, 찾아온 나그네 옛 벗님들아!

 

   -단군기원 4337년 갑신년 양 1013


                                      * 사진 : 화순적벽(2019.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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