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화순 연둔마을 숲정이

김창집 2019. 8. 3. 12:23


  화순적벽백아산을 돌아보려 광주행 항공편으로 나선 길.

   화순적벽 버스투어가 오후에 예약되어 있어 마침 시간이 남아 연둔마을 숲정이로 향했다. ‘숲정이마을 근처 숲을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이란다. 전남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에 자리한 숲정이는 동복천을 따라 물가에 심어진 아름드리 왕버들과 느티나무, 팽나무 등으로 이어진 길이다.

 

 이제까지 돌아다니면서 계룡산 갑사로 가는 길 같은 사찰 입구에 오래된 나무가 울창하게 이어진 것은 보아왔지만,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 700m에 이어진 이런 숲은 별로 대한 적이 없기에, 그 시원함과 물에 드리운 나무 그리고 울렁이는 구름 그림자가 내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

 

 서기 1500년경 마을이 형성될 때, 비보림(裨補林)으로 심어 조성한 것이 이 숲길의 시작이라고 하니 500년이 훌쩍 넘는 길이다. 그 때는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둔동보를 쌓았고, 보가 무너지지 않도록 나무를 심은 것이 시간이 흘러 아름다운 숲이 되었다.

 

  주변 숲과 길이 한결 여유로워 여름에 찾아든 나그네는 가끔 들리는 물소리와 어울려 가슴까지 차오르는 감동을 억누르노라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망연히 바라보기를 수차례. 마침 옆에 세워진 김삿갓 시비(詩碑)가 나를 멈춰 세우고는 이곳이 방랑시인 김삿갓이 운명을 다한 곳임을 새삼 일깨운다.



  이웃마을인 동복면 구암리 542-1에 가면, 시선 난고 김병연 김삿갓 종명 초분 유적지 표지석과 새로 조성한 문학동산이 있는데, 김삿갓은 1850년 이곳에 당도하여 창원정씨 댁과 인연을 맺은 후 아름다운 마을 자연경관을 즐기다가 몇 편의 시를 남긴 채 186332957세를 일기로 정씨의 사랑채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그 때 마을 동쪽 동뫼에 초장하였다가 3년 뒤 후손들에 의하여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 노루목에 이장해 버려서, 지금은 묘터 흔적만 남아있다고 한다.

 

  곳곳에 시비 몇 기가 세워져 있어 사진과 함께 그 내용을 옮겨본다.

    

 

즉음(卽吟)

 

좌사고선반괴염 (坐似枯禪反愧髥)

풍류금야부다겸 (風流今夜不多兼)

등혼적막가천리 (燈魂寂寞家千里)

월사숙조객일첨 (月事肅條客一簷)

지귀청시귀판분 (紙貴淸詩歸板粉)

효빈탁주용반염 (肴貧濁酒用盤鹽)

겅거역시황금판 (亦是黃金販)

막작어릉의태염 (莫作於陵意太廉)

  

내 앉은 모습이 선승 같으니 수염이 부끄러운데

오늘 밤에는 풍류도 겸하지 못했네


등불 적막하고 고향집은 천리인데

달빛마저 쓸쓸해 나그네 혼자 처마를 보네.


종이도 귀해 분판에 시 한 수 써놓고

소금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마시네


요즘은 시도 돈 받고 파는 세상이니

오릉땅 진중자의 청렴만을 내세우지는 않으리라

    


 

 

우음(偶吟)


검사배회쾌마명 (劒思徘徊快馬鳴)

문계묵좌수전정 (聞鷄默坐數前程)


난산경력다화사 (亂山經歷多花事)

대해관귀소수성 (大海觀歸小水聲)


세월개빈유졸홀 (歲月皆賓猶卒忽)

연하시세자승평 (煙霞是世自昇平)

 

황금만수요요자 (黃金滿柚擾擾子)

송아로변반시정 (送我路邊半市情)

 

예리한 생각들로 망상 때 말이 울어

닭소리 듣고 앉아 갈 길을 헤아린다

 

산천을 떠돌면서 좋은 일 겪어가며

세상사 보고나니 모든 것 부질없다 

 

손으로 세월 살다 홀연히 죽을 인생

연기와 노을같이 걸림 없이 살아간다


재물이 가득해도 근심은 주렁주렁

죽음이 올 때 까지 떠돌며 길을 간다

    


 

 

천렵(川獵)

 

鼎冠撑石小溪邊 (정관탱석소계변)

白粉靑油煮杜鵑 (백분청유자두견)

雙箸挾來香滿口 (쌍저협래향만구)

一年春色腹中傳 (일년춘색복중전)

 

작은 시냇가에 솥뚜껑을 돌에다 걸어 놓고요

흰 가루와 맑은 기름으로 진달래꽃 전을 부쳐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니 꽃향기가 입 속에 가득

한 해의 봄기운이 뱃속으로 전해 오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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