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애월읍 고내포구에서

김창집 2019. 7. 31. 06:38


어제 친구가 불러 고내 포구에 갔었습니다.

달콤한 한치회 소주와 함께 즐기고

포구로 나갔다가 아름다운 저녁놀을 만났습니다.

 

오늘은 전남 화순에 가서 적벽을 둘러보고

내일 백아산에 올랐다가 돌아옵니다.

12일의 여행입니다.

    

   

애월 달빛 - 양순진

 

 외도를 지나 하귀 포구를 지나 고내를 지나면 닿는 곳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애월, 달빛이 비추면 누구나 머물러 달라는 소리로 통역된다. 달빛이 비추는 부분에서 달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들어가기 위해선 몸을 구부려 애월 포구를 한 바퀴 휘이- 감싸 안아야 한다. 달빛 깨우는 바다의 귀울음 되어 보아야 한다.

 

 애월은 물에 발 적시는 곳이 아니다.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는 곳도 얕은 절벽에 몸 기대는 곳도 아니다. 달빛에 물 적시고 달빛에 귀 기울이고 달빛에 몸 씻는 달빛전차의 간이역이다. 애월에 접어들면 제주의 바다가 다 모여든다. 제주의 파도가 다 모여들고 제주의 갈매기가 다 모여든다. 달빛에 스며들어 멎었던 그리움이 다 모여든다. 삭아버린 슬픔의 비릿한 내음까지 달빛과 몸 섞는다.

 

 애월에 무언가 놓고 간 기억에 발을 들여놓는다. 정확하진 않지만 가물가물 달꽃이 피어오르는 간이역에서 언젠가 꼭 한 번 스쳐간 새하얀 파도, 그 파도의 지워진 문장을 다시 읽기 위하여 붉은 귀를 달 아래 세워둔다.

 

 한림항을 지나 고산포구를 지나 모슬포항에 머물다 다시 돌아올 때도 닿는 곳이 있다. 애월, 아무도 머물지 않는 곳, 가고 싶어도 더는 갈 수 없는 당신의 마음처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슬픈 달그림자 에워싼 곳, 달의 뒤쪽은 항상 안쪽으로 몸을 기울이려고 파도를 불러 세우지만 몸을 비트는 사이 파도는 천 번 울어야한다는 것을 거기 두고 온 귀는 기억한다.

 

  달빛에 온통 젖은 소라 귀는,  

    

 

 

애월, 바람의 덫 - 홍성흔

 

먼 바다 파도 일렁이며 바람은 온다

그 바람 포구에 닿아 목선 깃발 흔들리고

주낙배 귀향한 듯이

포구는 설레나니

 

한껏 들뜨는 포구도 포구지만

순댓집 막걸리에 불콰해진 순동(巡東) 선생님

성성한 백발이 먼저

바람을 맞고 있는,

아무렇게나 떠있어도 휘청대는 애월바다

물마루에 얼비치는 괭이갈매기 눈빛 같은

초사흘 달을 띄운다

도대불을 밝힌다

 

반생은 교직의 길, 반생은 예술의 길

그 길을 동행한 애월 하물, 고내 오름

오늘 밤 수채화 한 폭

달빛에 채색 되겠다



♬ Life's Storybook Cover (인생 이야기책 표지) - Isla G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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