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한반도 가운데 그어진 선(線)만이 아니다.
정파(政派) 간 억지 선(線)을 그어놓고
흠집을 찾고 만들어내며
무조건 반대하고
나아가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
죽을힘을 다해 무너뜨리려 한다.
그게 제대로 된 생각이 아니라는 건
입장을 바꾸어보면 안다.
자기편이 그 자리에 있을 때,
상대편에서 그렇게 하면
세상을 제대로 만들어나갈 수 있겠는가를.
선을 지우고
좋은 방향으로 경쟁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선 지우기 – 정재영
너와 나, 책상 한가운데
직선을 그어 놓았지.
높이도 없는 직선의 담
그 선을 넘보던
모든 것들을 증오했던 눈빛
너 혹시 기억하니
선을 지우기 위해
서로 손을 잡으며
선 하나를 넘는다는 것
참으로 선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선 하나를 지우며 배웠지
선이 선을 넘고
또 다시 선을 넘으며
수직의 벽이 된 선을 허무는 일
그 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해
펄럭이는 푸른 한반도
아직도 선을 지우지 못한
우리의 선한 꿈이 선을 넘는다.
△ 동인시집 8호『포엠만경』(포엠만경, 201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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