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정재영의 시 '선 지우기'

김창집 2020. 1. 2. 08:52


비단,

한반도 가운데 그어진 선()만이 아니다.

 

정파(政派) 간 억지 선()을 그어놓고

흠집을 찾고 만들어내며

무조건 반대하고

나아가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

죽을힘을 다해 무너뜨리려 한다.

 

그게 제대로 된 생각이 아니라는 건

입장을 바꾸어보면 안다.

 

자기편이 그 자리에 있을 때,

상대편에서 그렇게 하면

세상을 제대로 만들어나갈 수 있겠는가를.

    

선을 지우고

좋은 방향으로 경쟁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 지우기 정재영

 

너와 나, 책상 한가운데

직선을 그어 놓았지.

높이도 없는 직선의 담

그 선을 넘보던

모든 것들을 증오했던 눈빛

너 혹시 기억하니

선을 지우기 위해

서로 손을 잡으며

선 하나를 넘는다는 것

참으로 선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선 하나를 지우며 배웠지

선이 선을 넘고

또 다시 선을 넘으며

수직의 벽이 된 선을 허무는 일

그 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해

펄럭이는 푸른 한반도

아직도 선을 지우지 못한

우리의 선한 꿈이 선을 넘는다.

 

 

                   동인시집 8포엠만경(포엠만경, 201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