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김항신 시인의 '순례의 길'

김창집 2020. 1. 30. 14:39

 

♧ 순례의 길 – 김항신

    -낙타의 여정

 

1.

 

걷고 있는 남자의 붉은 바다에 석양이 얹혀 있다

얹혀 있는 석양은 페달을 쫓고

붉은 수정 찾아 담금질하던 구릿빛 얼굴의 소금 먹는 사내는

굴러가는 쇠똥구리처럼 구르고 굴리고 있다

 

일부다처의 숙명적인 삶은 어쩜 저렇게 굵은 골육을 만들었을까

 

많아도 모자라도 무상무념의 시간에 오체투지 하는 육바라밀

 

행복한 일상의 하루가 저물고 있다

풍뎅이 하루도

 

노을 따라 담금질하며 밟히고 구르고 떨어지고 깨지며

버릴 줄도 아는 삶을 사는

 

 

2.

 

김영갑 작가의 가을 끝자락

 

감나무는 노랗게 영글고 있었다

 

우리는 사하라 길 따라 낙타 등에 짐을 실었다

앞에는 사람 뒤에는 약간의 일용할 양식을 싣고

사막에 들어선 일행은 잠시

나침반을 놓쳤다 그것도 잠시 아무리 디지털 시대가 좋아도

 

중후한 중년이 막 지난 낙타는 그래도

아날로그가 지금까지는 괜찮아, 라고 반문하듯

 

촉을 세워 느리게 행보를 시작한다

우리는

낙타의 길 따라 낙타의 여정을 걷고 있다

중후한 중년이 막 지난 낙타와

 

중후한 중후하게 살다간 ‘낙타의 생’ 행보 찾아

감나무 영글어가는 그대의 흔적 찾아 우리는 걸었다

 

그대 걸었던 삶이나

 

중후한 중년을 막 지나는 삶이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인생의 길 아닐까

숙연해지는

밑그림 여기에 그려 본다

 

             *김항신 시집 '꽃향유'(책과나무, 201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