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임보 선생의 '욕시辱詩'와 백서향

김창집 2020. 2. 11. 12:11

 

♧ 욕시辱詩

   -서시

 

사람들은 왜 시를 싫어하노?

(재미가 없어서 안 그렇나!)

 

사람들은 왜 욕설을 좋아하노?

(시원해서들 안 그렇나!)

 

………………………

 

제길헐,

그럼 시원한 욕시를 갈겨 볼까?

 

 

♧ 꽃나무 아래서

   -어느 할마씨의 독백

 

무신 염병을 한다고 그리도 퍼질러 피었냐?

조선팔도에 무신 느리*를 보것다고

가쟁이가 찢어지도록 꽃 싸고 자빠졌냐?!

오살을 헐 잡것, 오매 내가 미치것네

써글놈의 영감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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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 : ‘싹수’의 뜻을 지닌 전라도 사투리.

 

 

♧ 불공

    ― 어느 홀아비의 기도

 

보소! 부처님요, 정말 그럴낑교?

내 소원쫌 안 들어줄랑기요?

내가 을마나 빌었능교?

내 승질머리 더러븐 거 알제?

이번에도 안 들어주먼 부처고 나발이고

다 불싸질러불끼고마!

고년 어서 맘 돌리게 해주꼬마!

나무관샘 관샘!

 

 

♧ 대화

 

시골 주막집 목로 의자에 걸터앉아 막걸리 한잔 걸치면서

텔레비전에서 떠들어대는 무슨 당의

총선공천 뭣인가를 하는 자들의 짓거리를 보며

늙은 농부님 한마디 내뱉으신다.

 

……참말로 똥구머그로 호박씨 까는 우라질 놈덜이구먼!

 

그러자 옆자리 앉은 얽빼기 중년도 한 말씀 거든다.

 

……그러제라 잉, 저 문딩이 콧구녀게 마늘씨를 빼 무글 놈덜이구만이라우!

 

그러자 왔다갔다하며 시중을 들던 주모도 끼어든다.

 

……백성들을 뭐시냐 홍에조즈로도 안 보고 조까고들 자빠졋소 안?

 

 

♧ 경고판

 

1

이곳에 오줌을 싼 넘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년은

고것과 손모가지를 싹둑!

 

2

도둥년나뿐년

쌍추뽑아간년

처묵고디저라

한두번도아니고매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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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고문은 인터넷에서 옮겨온 것임.

 

 

♧ 악

   -어떤 아짐씨가 서방님께

 

뭐시냐 고년 거시기는 금테를 둘렀더냐 다이야 가락지를 끼었더냐

저 염병을 석달열흘 앓다가 피똥도 못 싸고 죽을 년몸들

좆뿌리를 뽑아… 아니제! 고건 아니제! 그라니께 뭐시냐!

욕도 생각이 안 나 말도 못허겠네 이 육실헐!

 

 

♧ 문딩아

   -반가운 만남

 

이 문딩이 가스나야!

니 뒈지지 않고 여직껏 살았네!

니 어디가 처백힜다 인제 왔노?

이 문딩아, 보리문딩아!

 

 

♣ 시작 노트

 

  나는 근래 시라는 글의 영역을 넓히기 위하여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여기에 선보인 욕시辱詩다.

  욕설辱說도 그 속에 아름다움과 멋을 담을 수 있다면 시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떻게 능청스런 멋을 욕 속에 담아 아름다운 시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이것이 관건인데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

 

 

                                                    * 월간『우리詩』2020년 02월 380호 ‘테마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