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변방의 내 시조가
마음과 얼굴을 숨긴
오독誤讀의 독자 곁으로
아름다운 위로의 그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0년 6월
권도중
♧ 목련꽃
위안을 주더니
목련 피듯 떠났어요
피가 운다고 피,운,다, 합니까
담 안쪽 목이 깨끗한 그걸 무어라 하나요
계절을 먹은 나이의 여인이 받지 않은 달 밝은 그림자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알 수 없는 먼 주소를 주었어요
자락을 언뜻 보았습니다 목련 지는 속으로
못 나눈 대화가 있어요 바쁜 일에게 가듯
목발을 짚고 갔습니다 그 아름다운 목련은
♧ 건너는 목련
참아야 된다 기다림아
약속 없이도 꿈이 되는
가난이 커가면서 겨우내 굵은 망울
지켜온 마음을 펴는
건너는 목련이다
♧ 목련이 피고 있네
네가 여기 없다고 목련이 피고 있네
아프지 않다 하며 목련이 피고 있네
없어서 지는 조각이 목련이 피고 있네
♧ 백목련
흰 함성, 3월이다, 핀다, 맨가지에
참은 색 또 견딘 색 다 받아 간 하늘 너머
흰색은 어떻게 생겨 무엇으로 오는가
♧ 목련여인
봄을 가장 기다린 여인은 목련이다
기다리지 못해 봄이 된 여인은 목련이다
가슴살 하얀 귓불을 찬 하늘에 씻는다
♧ 만약에 목련꽃
갈 수 있어 다시 오고
올 수가 있어 가고 있다
만약에 완존完存히 떠난다면
다시는 피지 않겠지
하얗게 지는 마음아
제일 먼저 깨우네
♧ 바보 같은 목련이
저 편에 망울 크는 생각의 가지 사이
은쟁반 씻긴 달아 거기 닫힌 환한 겹을
뜰 앞의 잣나무*가 받아 든 아득한 이 소식을
대책도 없이 맑은 하늘 나는 목련을 사랑한 남자, 휘져어 베일뿐인 나는 목련을 못 잊는 남자, 너에게 실패를 펴고 바람 하나 재운다
꽃이 나무를 옮길 수 없으니
바보 같은 목련이 떨어질 뿐이니
서로에 목련철길이 멀리까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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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의 잣나무에서 단어 차용.
♧ 물속에 걸어간 목련
물소리 고요하네
물속 집이 열려 있네
슬픔이 지나가네
멍을 풀며 가고 있네
물속에 걸어간 목련
빈 가지에 걸렸네
* 시 : 권도중 시집『그대 거리가 색으로 살아있다』(책만드는집, 2020)에서
* 사진 효과 : 포토샵 수채화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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