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권도중 시집 '그대 거리가 색으로 살아있다' 발간

김창집 2020. 7. 10. 17:40

시인의 말

 

변방의 내 시조가

마음과 얼굴을 숨긴

오독誤讀의 독자 곁으로

아름다운 위로의 그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06

권도중

 

목련꽃

 

위안을 주더니

목련 피듯 떠났어요

피가 운다고 피,,, 합니까

담 안쪽 목이 깨끗한 그걸 무어라 하나요

 

계절을 먹은 나이의 여인이 받지 않은 달 밝은 그림자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알 수 없는 먼 주소를 주었어요

 

자락을 언뜻 보았습니다 목련 지는 속으로

못 나눈 대화가 있어요 바쁜 일에게 가듯

목발을 짚고 갔습니다 그 아름다운 목련은

 

건너는 목련

 

참아야 된다 기다림아

약속 없이도 꿈이 되는

 

가난이 커가면서 겨우내 굵은 망울

 

지켜온 마음을 펴는

건너는 목련이다

 

목련이 피고 있네

 

네가 여기 없다고 목련이 피고 있네

 

아프지 않다 하며 목련이 피고 있네

 

없어서 지는 조각이 목련이 피고 있네

 

백목련

 

흰 함성, 3월이다, 핀다, 맨가지에

 

참은 색 또 견딘 색 다 받아 간 하늘 너머

 

흰색은 어떻게 생겨 무엇으로 오는가

 

목련여인

 

봄을 가장 기다린 여인은 목련이다

 

기다리지 못해 봄이 된 여인은 목련이다

 

가슴살 하얀 귓불을 찬 하늘에 씻는다

 

만약에 목련꽃

 

갈 수 있어 다시 오고

올 수가 있어 가고 있다

 

만약에 완존完存히 떠난다면

다시는 피지 않겠지

 

하얗게 지는 마음아

제일 먼저 깨우네

 

바보 같은 목련이

 

 저 편에 망울 크는 생각의 가지 사이

 은쟁반 씻긴 달아 거기 닫힌 환한 겹을

 뜰 앞의 잣나무*가 받아 든 아득한 이 소식을

 

 대책도 없이 맑은 하늘 나는 목련을 사랑한 남자, 휘져어 베일뿐인 나는 목련을 못 잊는 남자, 너에게 실패를 펴고 바람 하나 재운다

 

 꽃이 나무를 옮길 수 없으니

 바보 같은 목련이 떨어질 뿐이니

 서로에 목련철길이 멀리까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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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의 잣나무에서 단어 차용.

 

물속에 걸어간 목련

 

물소리 고요하네

물속 집이 열려 있네

 

슬픔이 지나가네

멍을 풀며 가고 있네

 

물속에 걸어간 목련

빈 가지에 걸렸네

 

 

                       * : 권도중 시집그대 거리가 색으로 살아있다(책만드는집, 2020)에서

                       * 사진 효과 : 포토샵 수채화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