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태풍 '바비'가 올라온다고

김창집 2020. 8. 25. 13:25

8호 태풍 바비가 북상한다는 예보다.

오늘 밤 제주도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내일은 전국이 태풍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번 6호 태풍 장미는

전혀 예고와 다르게 그냥 지나갔는데,

이번 태풍 바비는 예보가 얼마나 맞을 건지?

 

이번 태풍 바비(BAVI)’는 베트남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맥의 이름이라는데,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산맥은 아니지만

정령으로 산의 영주’(누이 쭈어)라고 불린다고 한다.

 

앞으로 72시간 이내에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된다는데

진행속도 16km/h, 최대풍속 39m/s, 크기는 중형으로

제주를 향해 꿈틀꿈틀 벌레처럼 기어 올라오는 모습이다.

 

지금 제주시는 그야말로 가뭄으로 너무 덥다.

더도 덜도 말고 빨리 올라와 시원한 비나 흠뻑 뿌려

더위나 누그려 뜨렸으면 좋겠다.

 

여기 올리는 닭의장풀(달개비꽃)

2012915일 거슨세미에서 찍은 것이다.

올해 가보니 그림자조차 없었는데

흰색과 보통 파란색의 교배종으로 보인다.

그곳에 흰꽃도 많이 보였었다.

 

태풍 - 홍일표

 

   독수리, 독수리떼다 너무 무거워 날지 못하는 고만고만한 삶의 덩어리들 머리채 휘어잡아 날려버린다 뒤집어버린다 지상에 게딱지처럼 달라붙어 전후좌우 가지런히 정돈된 질서가 마뜩찮은지 어지러이 흐트려놓는다 난동이다 야생의 거친 짐승이다 한 번도 젖어본 적 없는 유리창의 차가운 가슴을 부수고, 자리 한 번 옮길 줄 모르는 소나무의 외고집을 뿌리째 뽑아던진다 항아리의 숨통을 막고 있는, 무거운 모자 뚜껑이 날아가고, 허명으로 번쩍이던 거리의 간판도 한순간 떨어져 부서진다 수천 리 질주하던 바람이 자진하여 쓰러진 지상의 한켠, 하늘에 새로 돋은 별들이 파란 눈을 반짝이며 폐허의 한 귀퉁이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

 

태풍의 눈 - 강효수

 

오만과 교만으로 충만한 무지한 것들

열섬에 갇혀 거짓에 충실한 것들

고요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위해

나는 큰 춤을 추노라

기쁨은 슬픔으로 슬픔은 기쁨으로

흐름을 거역한 왜곡을 위해 나는

거꾸로 돌며 돌며 진한 푸닥거리 하노라

 

내 숨소리는 거칠어도

내 춤사위는 세상을 뒤집어도

나는 큰 눈물 흘리노라

나의 눈은 정온하나니

나의 심장은 평화롭나니

너의 영혼을 위탁하지 말지어다

원망은 없어라 슬픔은 없어라

 

귀 열고 거친 숨소리를 들어라

느껴라

크게 눈 뜨고 거대한 흐름을 보아라

느껴라

들리지 않거든 보이지 않거든

죽은 심장 주물러 벌써 죽어 있음을 느껴라

내가 내가 아님을 느껴라

 

나의 눈은 정온하나니

나의 심장은 평화롭나니

나는 흐름에 충실한 흐름일지니

나는 이제 크로노스를 죽이노라

나는 다시 카이로스를 살리노라

나는 흐름의 평화로 눈 감으며

나의 눈은 온전한 질서로 소멸하나니

 

태풍 - 오보영

 

바람이어라

정녕

 

한순간

발길 멈추게 하고

가슴 얼얼하게 만드는

이 강한 부딪힘은

분명

 

휘몰아친 소용돌이 태풍이지만

틀림없이

 

등 돌리고 잠시

제자리에 머물러있기만 하면

금방

스치고 지나가는

 

곧 흔적 없이 사라져갈

 

덧없는 바람이어라

 

태풍 - 나희덕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내거라.

 

내 가슴속 모든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울 수 있는 것들은 울고

꺾일 수 있는 것들은 꺾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리.

 

바람아, 풀잎 하나에나 기대어 부르는

나의 노래조차 쓸어가 버려라.

울컥울컥 내 설움 데려가거라.

 

그러면 살아가리라.

네 미친 울음 끝

가장 고요한 눈동자 속에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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