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102주년 삼일절 아침에

김창집 2021. 3. 1. 10:02

오늘은 31운동 102주년 삼일절이다.

 

이제 제대로 세상이 돌아가는지

삼일절다운 삼일절을 맞는 셈이다.

 

국기를 달고 들어오면서

나의 삼일절을 회상해본다.

 

그냥저냥 애국심순국선열삼일정신 등으로

치부하던 내게 특별히 다가온 삼일절.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되어

학생 앞에서 처음으로 맞는 삼일절,

그리고 뒷날 입학식이 끝나고

첫 수업, 첫 번째 시간, 박두진 시인의 시 ‘31일의 하늘’.

 

학생들에게 무엇을 심어주어야 할까 생각하면서

읽어 내려가던 시, 머리가 쭈뼛했다.

 

요즘 일본인들이 안하무인 같은 언행을 보면서

더욱더 시구(詩句)가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

 

요즘 젊은이들은

입으로는 애국을 말하고 자유와 정의를 곧잘 내세우는데

정말로 절절하게 느끼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가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는 102주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31일의 하늘 - 박두진

 

유관순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삼월 하늘에 뜨거운 피무늬가 어려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대지에 뜨거운 살과 피가 젖어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조국은 우리들의 조국

우리들의 겨레는 우리들의 겨레

우리들의 자유는 우리들의 자유이어야 함을 알았다.

 

,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유관순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우리들의 가슴 깊이 피 터져 솟아나는

비로소 끓어오르는 민족의 외침의 용솟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억눌림, 우리들의 비겁을

피로써 뚫고 일어서는

절규하는 깃발의 뜨거운 몸짓을 알았다.

 

유관순 누나는 저 오르레앙, 잔 다르크의 살아서의 영예

죽어서의 신비도 곁들이지 않은

수수하고 다정한 우리들의 누나,

흰옷 입은 소녀의 불멸의 순수

, 그 생명혼의 고갱이의 아름다운 불길의

영웅도 신도 공주도 아니었던

그대로의 우리 마음 그대로의 우리 핏줄

일체의 불의와 일체의 악을 치는

민족애의 순수절정 조국애의 꽃넋이다.

 

아 유관순, 누나, 누나, 누나, 누나,

언제나 삼월이면 언제나 만세 때면

잦아 았는 우리 피에 용솟음을 일으키는

유관순 우리 누난 보고 싶은 누나

그 뜨거운 불의 마음 내 마음에 받고 싶고

내 뜨거운 맘 그 맘속에 주고 싶은

유관순 누나로 하여 우리는 처음

저 아득한 삼월의 고운 하늘

푸름 속에 펄럭이는 피깃발의 외침을 알았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하늘

푸른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그날이 오면 -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曺)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디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에 읽어보는 시와 흰동백  (0) 2021.04.05
4.3 제73주년 추념일  (0) 2021.04.03
태풍 '바비'가 올라온다고  (0) 2020.08.25
처서 지났으니, 더위야 물렀거라  (0) 2020.08.24
제75주년 광복절 아침에  (0) 202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