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제73주년 추념일을 맞아
억울하게 희생된 4.3영령들께 삼가 명복을 빌며
희생자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드립니다.
♧ 까마귀가 전하는 말 - 김경훈
-제주4ㆍ3평화공원에서
1
그해 겨울엔 저리
주둔군처럼 눈보라 휘날렸네
낙엽처럼 아픈 사연들 무수히 지고
속절없이 억새는 제몸 뒤척였네
쫓기듯 암담한 세상
아득한 절망의 끝자락
어디로든 길이 막혀
앞일을 가늠할 수 없었네
그렇게 그해 겨울엔
몸 녹일 온기 하나 없었네
2
온통 언 땅 속에서도
생명의 봄은 있었네
억새도 갈옷 벗어
연두빛 봄맞이 하고
이름 없는 무덤들
고운 잔디옷 저리 푸르네
맺힌 원정 앙금 풀어
봄바람 속 가벼이 흐르니
솟아오른 마음이 영을 달래듯
그렇게 무리 지어 목놓아 우네
♧ 4월에 피는 꽃은 - 양영길
제주의 4월은
무자년 제주의 4월은
3만 명이 넘는 우리 목숨 소지(燒紙)처럼 날아가고
300 마을이 넘게 잿더미가 되어
바람만 스치고 지나갔다
배웠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간 사람도 있었다.
제주의 4월에 피는 꽃은
더 가슴 가까이 피어난다
겨우내 불어대던 그 세찬 바람 때문일까
수평선 멀리 보이는 무덤가에 피는 꽃들
바다가 푸르다는 그 눈부신 역사 속에
4월의 제주바람꽃으로 피어날 때
무자년 그 무자비한 4월은
비명소리뿐이었다
바람소리
바람소리
낮아지는 초가집들
바람이었다
다 바람이었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다 납작 엎드렸다
♧ 4. 3의 노래 - 문충성
게난 홋썰 잘 살게 되난
거들거리멍
무싱 것들 햄수광
웬수처럼 경들 싸우지들 맙주
영정 죽어지게 사랑이나 허당 갑주
반백년이 넘었쑤게
경허난 이제사
끝나감수광 아아! 끝났쑤광
끝나지 안았쑤광 아직도
끝날 거 같지 않쑤광 영영
이름난 동산에 일년에 혼 번씩
모일 사람 다 모영들
용서와 화해와 상생과 평화만 노래햄쑤광
시뻘겅허당 희영해진 눈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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