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김광렬 '존재의 집'의 시(5)

김창집 2021. 2. 4. 23:32

겨울밤

 

그 곱던 살과 뼈 모두 어디로 갔지

 

, , , , , , ,

 

함박눈 퍼붓다 살포시 멈춘 밤하늘에

시린 별꽃이 피어난다

 

허공 담벼락 아스라이 기어올라

기어이 어머니는 별이 되었다

 

찌그러지고 속이 텅 빈 깡통처럼

내줄 것 깡그리 모두 다 내어준 뒤

 

소금 어머니

    -터키 소금호수에서

 

먼 곳 떠나 본 일 없는 어머니가

먼 저승길 걸어

이곳까지 온 모양이다

 

소금처럼 짜디짠 세월

소금처럼 짜디짠 눈물

 

한 방울 집어 혀끝에 대본다

 

오래 잊었던 그리운 이 짠맛

 

내 안으로 들어온다

들어와, 또 다른

광활한 소금호수를 만든다

 

슬픈 어머니가 내 눈에서

쉴 새 없이 흘러, 흘러나온다

 

살아 있다는 것, 그 눈물 나는 기쁨

 

   눈물샘을 자극해서 눈물이 나는 사람은 행복하다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아도 저절로 눈물이 샘솟는 사람은 더 행복하다 당신과 내가 여기에 함께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이 그 무엇보다도 행복하다 저기 고달픈 생을 온갖 몸짓으로 살아왔던 한 목숨이 떠나왔던 곳으로 훌훌 떠나가고 있으니 눈물 아니 날 리가! 그것은 망자에 대한 융숭한 기림이면서 살아있는 자신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리라, 그 눈물 참 맑고 단단하다

 

 

                                 *김광렬 시집 존재의 집(시작 시인선 0358, 202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