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최기종 시집 '목포, 에말이요' 발간

김창집 2021. 1. 22. 11:15

 

시인의 말

 

  목포살이 몇 해당가?

  손꼽아 시어봉께 삼십육 년이네그려.

  그런디 아직도 목포는 생소허기만 허다.

  이유는 딱 하나 목포에서 태어나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이 없었기 때문이다.

 

  목포 벗들과 약주도 허면서 잘도 지내다가도 행여 용댕이바다를 건넜다느니, 동목포역에서 공짜 기차를 탔다느니, 동명동과 용당동이 순 뻘밭이었다느니, 수문포니 불종대니 멜라콩다리가 어쩠느니, 외팔이니 물장시니 쥐약장시가 어쩠느니, 이런 추억담으로 흐를 때는 머리가 하얘진다.

 

  그런디 교직을 은퇴하고도 여길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내 고향 당봉리가 그리운디도 여그 머무는 까닭은 목포에서 살아온 세월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귄 벗들이 수두룩허고 거리거리 골목골목이 산도 바다도 섬들도 나를 붙들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 목포에 들어와서 6월 항쟁을 겪었고 전교조 문제로 해직이 되어 거리의 교사로 살아야 했다. 1990년대 교육운동, 시민운동을 계속허다가 복직이 되어 그리운 아이들과 해우도 허고 월드컵 때 아이들과 거리응원도 허고 압해도, 가거도를 거치면서 강산을 세 번이나 바꿨으니 목포는 나에게 체화된 그 무엇인 것이다.

 

  그런디 나에게 목포를 소재로 하는 시가 별로 없다. 이제라도 목포에서 살아온 세월을 담금하고 간을 쳐서 짭짤한 밥상을 차린다. 에말이요목포가 고맙다.

 

                                                                                   2020년 동지

                                                                                   남뫼시사에서

 

에말이요~

 

  목포 사투리로 에말이요란 말이 있지. 그 뜻이 뭔고 허니 내 말 좀 들어보라는 것이야. 처음에는 그 말뜻을 몰라서 어리둥절혔어. 왜 말을 싸가지 없게 그따위로 허느냐고 시비 거는 줄 알았어.

 

  목포 말이 워낙 건조혀서 다짜고짜 얼굴을 들이밀고는 에말이요이러면 가슴이 철렁혔어. 혹여 내가 뭘 잘못헌 건 아닌지 머리를 핑핑 굴려야 혔어. 누군가 등 뒤에서 에말이요이러면 흠칫 뒤가 시렸지.

 

  그런디 목포살이 오래 허다 봉게 이제는 에말이요란 말이 얼매나 살가운지 몰라. 혹여 생판 모르는 사람이라도 에말이요이리 부르면 솔깃 여흥이 생기는 거야. 나도 이제 목포 사람 다 되어서 에말이요아무나 붙잡고 수작을 부리기도 허는디

 

목포 옛길

 

개항기에 일제가 들어와서는

목포 바다를 이따만 하게 막아서는

요리조리 신작로를 내고 지들 거류지를 맹글었어

 

거그 항구도 앉히고 세관도 앉히고

유곽이며 동척, 은행, 백화점도 앉히고

핵교도 전보국도 무역상도 사교장도 앉히고

네모반듯한 지들 집들도 즐비허게 지어댔지

그러고 유달산 입구에 지들 영사관도 앉혔는디

목포항까지 뻔히 내다뵈는 명당자리였어

거그 거리를 혼마치라고 불렀는디

양품점, 양장점, 모자점 같은 상가들이 들어차

낮이고 밤이고 북적거렸지

 

조선인들은 밀려나

아리랑고개 넘어 온금동이고 서산동이고

유달산 등허리에다 초막을 짓고 춥고 배고프게 살았어

그렇고롬 옹색허고 헐벗어도 자존심 하나는 대단혔지

조선인 기업가들은 일제 자본에 대항하여 호남은행을 세웠고

제유공장 조선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허고 70일간의 파업 투쟁에 나섰어

소아마비 짐꾼인 멜라콩은 사재를 털어

목포역 하천에다 다리를 놓아 조선인 왕래를 도왔고

마인계터니 죽거리니 청년회관이니 쌍교는 항일의 중심지였어

 

목포 옛길을 걸으면

로데오거리 미네르바에서 목포 바다가 달달허고

목원동 핏줄처럼 이어진 골목에서 옥단이가 튀어나오지

밀려난 사람들이 새로이 돌아오고

밀려난 거리들이 새로이 생겨나고

밀려난 파도들이 새로이 밀려오고

밀려난 역사들이 새로이 피어나고

가난도 서러움도 그만큼 다져지는 아픔이었어

 

 

                                          *최기종 시집 목포, 에말이요(푸른사상, 202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