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오승철 '돌가마터'외 6편과 흰광대나물

김창집 2021. 2. 16. 22:46

돌가마터

 

그렇게 팔자 센 땅

그 흙으로 너를 빚어

이대로 굳으리라, 금가면 금이 간대로

길 하나 돌려세우고

모슬포로

가는

 

가을 하늘

 

운동장 한복판에 하얀 선을 그리듯

 

저렇게 제트기가 가을 하늘 긋고 가면

 

오늘 밤 북두칠성도 반쪽으로 잘리겠다.

 

선흘리 먼물깍

 

그나저나 동백동산 그 너먼 가지 마라

 

43땅 곶자왈길 물허벅 넘던 그 길

 

아직도

출렁거리는

 

내 등짝의 먼물깍

 

내 사랑처럼

 

어쩌다 이끌려 와 아침저녁 조아리던

조천포구 그 뱃길들

말끔히 지워낸 지금

아직도 유배중인지 연북정*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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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북정(戀北亭) : 유배인들이나 관리들이 아침저녁 한양을 향해 절하던 정자.

 

유달산 낮 열두 시

 

목포항 뒷골목은 인적마저 썰물이다

 

오래된 홍어 맛 같은

오래된 이름 하나

 

정오포正午砲* 발사하듯이 날아가는 장끼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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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에는 낮 12시를 알렸다는 포가 있다.

 

닐모리동동

 

바다에서 돌아와

숨비소리

널고 나면

 

물마루 몰래 건너

어깨를 툭 치는 달

 

헛제사

차리다 말고

가지깽이 댕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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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요 한 소절. 가지깽이는 밥주발 뚜껑의 제주어.

 

주전자

 

기차처럼 떠나네

 

그리움 다 내뿜고

 

달강달강 온몸으로 감당해낸 끌탕의 세월

 

가을볕 아래서 보면

 

,

 

저 금빛 관음불상!

 

 

                                     *오승철 시조집 길 하나 돌려세우고(황금알, 202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