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오승철 시조 '쇠별꽃' 외 5편

김창집 2021. 2. 27. 09:41

 

쇠별꽃

 

멀쩡한 오름 하나

건들고 가는

쏘내기야

 

가다가 다시 와서

또 건드는

쏘내기야

 

내 누이 사십구재 날

떼판으로 터진 꽃아

 

섬잔대

 

아버지 옆자리에 어머니 묻어놓고,

내 고향이 이승인지 저승인질 묻습니다.

내 생애,

최초의 여자

몇 잔 술로 묻습니다.

 

야고

 

여름날

내 노동은

종하나 만드는 일

 

보랏빛 울음을 문

종 하나 만드는 일

 

가을날

소리를 참고

향기로나 우는 종

 

대흘리 능소화

 

산수국도 장마도 정류소 버스시간표도

할인매장 바코드처럼 읽어내는 하늘연못

그 속에 도둑고양이 고개 슬쩍 내미는가

 

손바닥선인장

 

이파린가

몸통인가

그 가시는 무엇인가

가을날 문득 내민 이 세상의 손바닥 하나

내 손금 어느 한 줄기

소름 돋는 그리움

 

멀구슬나무

 

덩치 값도 못하고 그게 어디 꽃이냐

봄개구리 악다구니

가지마다 슬어논 알

고목에

이 늦바람아

토록토록

터지겠다

 

 

                                          *오승철 시조집 길 하나 돌려세우고(황금알, 202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