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별꽃
멀쩡한 오름 하나
건들고 가는
쏘내기야
가다가 다시 와서
또 건드는
쏘내기야
내 누이 사십구재 날
떼판으로 터진 꽃아
♧ 섬잔대
아버지 옆자리에 어머니 묻어놓고,
내 고향이 이승인지 저승인질 묻습니다.
내 생애,
최초의 여자
몇 잔 술로 묻습니다.
♧ 야고
여름날
내 노동은
종하나 만드는 일
보랏빛 울음을 문
종 하나 만드는 일
가을날
소리를 참고
향기로나 우는 종
♧ 대흘리 능소화
산수국도 장마도 정류소 버스시간표도
할인매장 바코드처럼 읽어내는 하늘연못
그 속에 도둑고양이 고개 슬쩍 내미는가
♧ 손바닥선인장
이파린가
몸통인가
그 가시는 무엇인가
가을날 문득 내민 이 세상의 손바닥 하나
내 손금 어느 한 줄기
소름 돋는 그리움
♧ 멀구슬나무
덩치 값도 못하고 그게 어디 꽃이냐
봄개구리 악다구니
가지마다 슬어논 알
고목에
이 늦바람아
토록토록
터지겠다
*오승철 시조집 『길 하나 돌려세우고』(황금알, 20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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