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애월문학회 시화전과 벚꽃

김창집 2021. 3. 7. 01:20

문예회관 대관 일정 관계로

좀 일찍 날짜를 잡았다는 시화전,

 

첫날 문을 닫고 나면

수고한 분들 모시고

막걸리 한 잔 해볼까 하고 나선 길.

 

뭔가 눈에 번쩍 띄어

바라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일찍 꽃을 피웠다.

 

꽃은 그리 크지 앉지만

나란히 선 네 그루 올벚나무

시기를 앞당겨 먼저 피었다.

 

*시화전은 36()부터

311()까지

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열리는데,

코로나19 때문에 5시경에 일찍 문을 닫는다.

 

명함 - 강상돈

 

널브러진 낙엽 몇 장

묵직이 밟고 서서

 

눌림과 구겨짐이

흑점으로 태어난

 

내 이력

점자로 찍어

방점 하나 남긴다

 

해녀의 눈 - 김영란

 

  해녀의 물안경을

  눈이라고 합니다

 

  통눈은 왕눈이, 두 눈짜리 족쇄눈, 쑥 한 줌 비벼 닦으면 바닷길이 환해지죠 물 한 모금 허락 않는 열 길 물속에서 칠성판 등에 지고 목숨값 얻으러 갈 때마다 눈멀어 귀멀어 세상에서 멀어져도

 

  눈 쓰고 퍼렇게 눈 뜨고

  눈을 건져 올리죠

 

수국 - 김옥순

 

인생여정처럼

대처의 한 수

나툼*으로 다양하게 그려간다.

 

카멜레온처럼

화려한 가화의 분장은

예쁘게 더 예쁘게

숲의 요정으로 산다.

 

삶의 경쟁은 숲에도 바쁘다.

 

---

*나툼 : 명백히 모습이 드러나거나 드러냄.

 

그리움 - 김종호

 

그리움 따라 걷다가

장미화원이 눈이 멈췄다.

 

, 그 색과 향기

숨이 막힐 듯

가슴은 퉁퉁거리고

 

둘러보아도, 둘러보아도

77세의 그리움은

끝내 만날 수 없었네.

 

먼먼 날에

불쑥 내밀고 간

장미 한 송이

 

세상에

단 한 송이.

 

늦눈마저 보내고 - 문순자

 

목질이 단단할수록 옹이가 깊이 박힌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그것이 눈이라는 걸

 

몸으로,

 

몸으로 말하는

 

갱년기 잣밤나무

 

봄밤의 명상 - 김창화

 

가로수 잎 사이로 다정히 흐르는 밤

네온 등 휘황한 이 거리로 수많은 봄이

가고 오는 동안

어쩌면 나는 삶의 빛을 찾아 하염없이

퍼덕거렸던 불나비와도 닮은 삶이랄까

 

좋아할 일 좋아했고

슬퍼할 일 슬퍼했고

분노할 일 분노했던

인생무대에서 마지막 삶을 장식할

마무리 연기를 준비하는 배우처럼

아련한 그간의 시간들과

이제 몇%쯤 남은

생애를 가늠해 보는 밤

 

굳이 지탱해야할 것도 없는 지금

내 그림자는 네온 빛에 아롱지며

끝내 완성되지 못한 그림처럼

다정한 훈풍에 가없이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