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백두산의 야생화를 위하여

김창집 2021. 4. 30. 00:52

사진을 정리하다가 백두산 야생화 사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젊은 시절, 중국과 수교 직전에 많은 사람들이 백두산에 다녀왔다는 말을 들으며,

당시 일에 쫓기기도 하고 경제적으로도 전혀 여유가 없어

나도 평생에 백두산을 한번 가볼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당시 모 연구회에 부회장직을 맡아 일을 부지런히 했다고 보상으로

1992년 여름 수교 직전 8월초에 1011일 동안 백두산을 거쳐

중국에 다녀올 수 있었다.

 

다음 기회는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자의반 타의반으로

답사모임에서 백두산 가고 싶어 하는 분들과 함께

제주와 심양을 오고가는 전세기를 이용하여 다녀오게 되었다.

20098월이었는데, 이전에 갈 때는 연변을 거쳐 가는 북파였고

당시에는 고구려 유적 답사를 겸해 백산을 거쳐 가는 서파였다.

 

세 번째는 정년퇴임을 하고 쉴 때인데

내가 하고 있는 오름 강좌 3기생들이 같이 가자고 해서

서파에서 북파로 가는 소위 백두산 종주를 했다.

차량 연결 관계 때문에 9시간여를 빨리 걸어야 하는 스케줄이어서

넓게 펼쳐져 있는 꽃밭을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백두산의 귀한 식물들은 들어 있지 않다.

 

종주 날짜가 2011년 626일이었는데도 천지에 얼음과 눈이 잠겨 있어

맑은 물이 가득한 사진은 1, 2차에 찍은 걸 볼 수밖에 없다.

꿈이지만 이제 다시 간다면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가서

괜찮은 사진기로 꽃을 한껏 탐하고 싶다.

그런 날이 오기나 할는지?

 

노랑만병초 - 표광소

 

백두산 꼭대기에서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두 다리에 기를 모으고도 흔들리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두 발바닥에 뿌리를 내린

한 쌍의 괴석(怪石)처럼

노랑만병초는

백두산 꼭대기에서

뿌리를 내렸다

밝은 햇살 가득

푸른 싹을 틔우면서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굴러 떨어지지 않으려고

화산처럼 폭발했다

 

백두산 - 제산 김대식

 

, 백두산

얼마나 올라보고 싶었던 산이었던가!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이여

 

단군께서 탄생하신 이래

한 번도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서

떠나 본 적이 없는 성스러운 우리의 산

 

홍익의 거룩한 뜻을 품으시고

이 땅에 나라를 펼치셨던 단군께서 탄생하신 곳

백두산은 백의민족 이 나라의 탄생지

 

어찌하여 우리는

우리 땅 우리 길 가까운 길 두고서

이국 하늘 이국땅 남의 땅을 밟고서 오가야 하나

 

고조선과 부여, 고구려와 발해의

우리의 오랜 옛 땅

우리의 선조들이 피땀으로 개척한 땅

만주라는 이름으로

고국을 떠나온 설움 많던 눈물의 땅

독립군 활약하던 일제 치하 항일의 땅

 

그 옛날 선구자들 말 달리던 그 길일까?

만주 땅 넓고 넓은 그 광야로

자작나무 울창한 숲길을 지나며

백두산 천지로 향하는 길

천지의 흰 봉우리는 멀리서도 신비롭네.

 

웅대하고 장엄한 백두산

음산하다 싶으면 아기자기하고

매정하다 싶으면 푸근한 온기

곳곳마다 전설들이 꽃을 피우고

숨겨진 곳곳의 아름다움이야

어찌 말로 다 하리

그 기백은 구름 위로 하늘을 찌르고

흰 눈이 덮인 그 모습이 더욱 신령스럽구나.

 

민족의 영산 우리의 백두산이여

한민족 하나 되어 통일된 그 날엔

우리의 깃발이 영봉에 휘날리기를

 

그 옛날 하늘 높이 솟구치던 붉은 용암

그 모습 그 위용처럼

통일된 우리 민족 힘차게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백두산의 들꽃들 - 이상묵

 

백두산 눈썹 높이에

작은 꽃들이 피어 있네

제 키를 빼앗긴 꽃들이

제 모습 잃지 않고 피어 있네

산나리꽃 엉겅퀴 산구절초

동족 간에 전쟁이 벌어진 그 해 6

산기슭에서 낯붉히던 산나리꽃

얼굴에 묻은 핏자국 지워지지 않았네

고슴도치 같은 저 엉겅퀴

삼지연 비행장에 내렸을 때

불쑥 안겨준 꽃다발 속에서

성큼 다가오던 꽃

전쟁 때 어머니가 넘던 고갯길에

무리 지어 피어 있던 저 산구절초

강토의 어머니 백두산에서 다시 만나네

나무들은 일찌감치 산 밑으로 내려갔지만

제 키를 빼앗긴 꽃들

산정의 돌짝밭 우리가 지키겠다고

돌멩이도 옮겨놓는 바람에 맞서

제 모습 잃지 않고 피어들 있네.

 

있는 모습 그대로 비탈에 서리라 - 권경업

 

나무와 더불어 백두대간의

비탈에 서리라

애증도

공명도 미끄러져 버린

비탈에 서서

세월따라 기울어지리라

 

높은 산따라 기우는 비탈

눈마저 사태난

백두대간 비탈에 서리라

 

끝내는

능선에 오르지 않아도 좋으리

있는 모습 그대로

비탈에 서있다가

 

그대가 백두산에 이르러

환호할 때까지

비탈에 서 있으리라

 

백두산 천지의 함성 - 김윤자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아픔이 있어

하늘 문을 닫지 못하시는

내 아버지의 한숨 같은, 그 하얀 고뇌

민족의 숨결을 다 모으라 하십니까

한반도의 이 드높은 영봉에

한뿌리로 엮으라 하십니까

여기, 한 줌의 재로

흩날리는 목숨이라 해도

살아 일어설 수 있는 푸른 기백이 있다고

가슴을 열라 하십니까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에도

장엄한 입김이 서려 큰 맥박이 뛴다고

귀를 열라 하십니까

칼바람이 몰아칠 때 모난 곳을 조각하고

천둥이 내리는 날 쇠창살 울을 박아

강한 뼈로, 강한 심장으로 일어서라 하십니까

짙푸른 함묵으로 동그랗게 보듬으시며

태초의 그 모습, 그 음성으로

거룩한 영토에서 큰 태동으로 일깨우시는 함성

목숨처럼 품어 갑니다.

 

 

   * 사진 위로부터 하늘매발톱, 노랑만병초, 담자리꽃나무, 담자리참꽃나무, 두메자운, 흰만병초, 노랑만병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