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산림문학' 2021년 여름, 통권 42호의 시(2)

김창집 2021. 7. 1. 13:40

늙은 다래나무 강영순

 

운장산 늙은 다래나무

팔순 넘은 둘째 언니

논문 한 편 없어도

산나물 박사

 

다래순 고추나물

산밭 오가피순

맛있게 먹는 법

해마다 답은 달라도

 

간장 된장 고추장

참기름 들기름

조물조물 손맛

그냥 그렇게 무쳐봐

 

드러난 나무뿌리 같은

투박한 말솜씨지만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정감 어린 말씀

 

, 언니 그런데

된장 고추장 다 먹었네

올봄 고사리 보낼 때

함께 넣어 보내주세요

 

산길에서 - 김귀녀

 

산길을 걷는다

코와 입을 막았던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양팔을 벌려 심호흡을 한다

얼마 만에 마셔보는 신선한 공기인가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머리 윗부분을 손끝으로 톡 톡

두들겨 본다

콧물이 나와도

머리만 따끈해도

코로나 공포증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인가

우리에게 다가온

지금의 현실이 믿겨지지가 않는다

코로나 19로 만사가 힘 빠져 있을 때

가끔 거침없이 펼쳐져 있는 울창한

태초의 숲에서 기운을 받는다

신이 인간을 창조하실 그 때는

두 손 두 발로 자연과 더불어

살라 하셨지만 우리는 무한한 꾀로

신의 목적에 반대 되는

삶을 살았다

선사시대, 갈대숲이 있는 움막 속에서

비와 바람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살았던

그 때의 그 삶을 생각해 본다.

지구를 정화시키기 위해서일까?

오늘도 코로나는

잠시도 멈춤 없이

필터 역할을 하고 있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김청광

 

봄꽃 떨어져 쌓이니

여름 가쁜 숨결

숲은 있는 옷 다 꺼내 산색을 치장하는 동안

 

머루꽃 피었는지

다래꽃 피었는지

청설모 다람쥐보다

더 가쁜 나의 숨결

 

머루 익어야

다래 익어야

청산에 살 수 있다고

그 옛날 님이

가슴 치며 부른 노래

 

머루 다래 잘 익어 지천으로 떨어지고

나무는 잎잎마다

넘치게 무성해도

님의 사랑 없으면 어찌

청산인들 살 수 있으랴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미로 - 민수호

 

갈 수 없는 하늘과

갈 수 없는 땅도 많지만

 

내 마음 그 마음은

이제는 가고 올 수가 있을 거야

이런 미로 같은 세월 흐르니

 

세월을 감아 왔고

마음을 쌓아 왔으니

 

달빛 같은 자존심 그림자

눈칫밥 보자기 던져 버리고

길 잃었던 마음 씻고

 

이제는 희망,

두 손 만세 같은

함성지르며 머리 들어 본다

 

선자령仙子嶺 - 박수성

 

저 산을 넘어오는

바람에 귀 기울여봐

 

탄생의 울음소리

축원의 바라哱囉소리

산허리 맴도는 워낭소리

꽂상여 노래소리도

바람에 실려 바다로 간다네

 

위로의 문을 여는 초목

오솔길 따라 고운 들꽃

바람을 품고 사는 너른 재

 

하늘을 덮고 밤을 지새우며

우리네 가슴으로 쏟아지는

별과 이야기를 나누노라

 

허전하고 목마른 사람아

언제나 사랑으로 살자며

우리네 마음 보듬어주는

넓은 가슴 선자령에는

오늘도 바람이 분다네

 

하늘 아래 첫 동네 - 박일소

 

맑고 고운 하늘이 내려 와

나뭇잎이 더 파란가

 

보랏빛 엉겅퀴가 피고

코스모스 해맑은 하늘 아래 첫 동네엔

물소리마저 파래서

내 안에 물들고

 

곱디고운 손

벗은 발

물에 담그니

마음까지 물들어서

 

어느 게 나무인지

그대인지

분간을 못하겠네

 

 

                                            * 산림문학2021년 여름 통권 42호에서

                                                          * 사진 : 하늘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