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강문신 시조집 '해동의 들녘'에서(5)

김창집 2021. 11. 6. 00:04

외국인 근로자들 1

 

훈련소 신병들처럼 정신 바짝 들었다

주린 그 눈빛에는 기대 반 우려도 반

나름의 사연을 안고 나름의 길을 찾는

 

이 고장 60년대는 일본 가서 돈 버는 게 꿈

아버지도 그곳에서 우리 7남맬 키우셨다

참 좋은 주인 만나서 일 잘하고 있단 그때 편지

 

세계의 젊은들이 꿈을 안고 몰려오는

이젠 서귀포가 그때의 일본 대판이다

어쩌면 나는 주인일까? 그때의 고마운 그

 

외국인 근로자들 2

 

헤이 석파!* 당신 외국어 많이 배워야겠어

내가 왜? 한국말을 그들이 익혀야지

야무진 젊음들이야, 일공부 그 말공부

 

아직은 서툴지만 손짓 발짓 눈짓으로도

제 몫을 능히 한다구 긴요한 수혈輸血이야

비로소 농장이 젊어졌어 마음 한결 놓이지

 

번번이 외국인들 사고 치던데, 괜찮아?

체육관선 더 거친 녀석들도 다뤘어

긴장이 풀리지 않도록, 무시로 나를 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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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때의 필명

   ‘석파농산石播農産이 사업체

 

노을바다

 

언뜻 보면 서귀포바다 덤덤한 일상이지만

어느 밤 그 우연을 혼자 타던 가슴이

돛단배 이미 떠난 길을 자꾸 보네 또 보네

    

무시로 너울너울 밀려온다 밀려간다

부질없어 그 휩쓸림 그냥 멀리 산을 봐

상처도 세월의 파도엔 무늬가 되지 애틋한

 

그만큼만

 

너와 나 우연히 만나 기뻐한 세월만큼

그만큼만 아프게 해 퇴적된 그 믿음이사

산이지 큰 산이었어 어질머리 이 세태에서

 

더러는 세상일을 모르고도 살아가듯

딱히 무슨 연유인가?” 묻기도 뭐 그러네

그 인연 없었을 때만큼, 그만큼만, 그만큼만

 

욕심

 

그럼, 그 젊음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밤새 통음이거나 사무쳐 울먹임이거나

한 생각 그 그리움도, 끝내 그냥 욕심이었을까

 

낙타

 

, 낙타야, 담배 한 갑 사와라

국민학교 5학년 때 비석거리 동신이발관

의자에 턱 걸터앉은 남자, 머리 만지며 하던 말

 

! 알겠습니다황급히 달려 나가는

그 형은 꼽추다 청소하고 머리 감기는

무시로 사무칠 때엔되려 빙긋 웃던 이

 

 

                                  * 강문신 시조집 해동解冬의 들녘(문학과 사람, 2021)에서

                                                           * 사진 : 은목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