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제주시조' 2021년 제30호에서(2)

김창집 2021. 11. 8. 11:01

달방 있습니다 - 김진숙

 

산지천 불빛 찾아 흘러드는 달이에요

페인트 칠 벗겨진 골목의 시간 속으로

입간판 생의 화살표 그길 따라 오세요

 

그리움을 게우는데 한 달이면 넉넉해요

가물대는 후렴구와 꽃 벽지에 핀 얼굴들

그림자 등 시린 밤에 둥글게 떠올라요

 

날마다 흐릿해지다 지워지곤 한다는데

읽다가 돌아서면 밀려오는 항해의 기록

풍랑도 달래기 좋은, 달방 여기 있습니다

 

들국화 문태길

 

봄날 그리움이 꽃으로 핀 그녀

 

벌 나비 떠나버린 늦가을 벼랑 끝에

 

끝끝내 나를 기다려

 

향을

 

아껴 두었네

 

계절의 조화 이창선

 

자연의 아름다움

사계가 말해준다

 

하늘의 솜털구름

하트되어 흐른다

 

인간의 러브스토리

계절 따라 변한다

 

가시리 억새 조한일

 

늦가을 따라비오름 바다 같은 가시리

은빛 물결 출렁일 때 가리워진 그 아픔

온몸의 검붉은 자국 들여다 보았는가

 

바람이 부는 날엔 흔들리며 울다가도

억새여 들녘이여 시를 쓰듯 불러주면

긴팔을 휘어 저으며 답하는 휘모리장단

 

엉겅퀴 - 강상돈

 

마음 한편 찔러놓고 그리 매정할 수 있나

 

돌아보면 꽃망울이 환장하게 피어나서

 

붉어서 더욱 붉어서 앙갚음을 하는 꽃

 

무드내*의 봄 - 김연미

 

숨죽인 밥 냄새가 잿더미에 흘러요

타다 남은 희망을 삼켜도 될까요

이제 곧 넘을 수 있겠죠

창백한 무드내 겨울

 

총소리 사선마다 발자국이 쓰러져요

햇살의 살 끝에도 핏물이 번지네요

사는 건 어느 쪽인가요

뿌리가 흔들려요

 

흑백의 시간에도 공포는 붉어요

벙그물궤**를 지나 겨우 돌아온 봄

홑겹의 붉은 꽃들을

피워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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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강동의 옛 이름.

** 4.3 당시 군경이 쏜 총에 다리를 맞은 부순녀 씨가 두 달여 혼자 버려졌던 동굴.

 

 

                                              * 제주시조2021년 제30호에서

                                             * 사진 : 돌오름의 가을(2021.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