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권경업 시집 '하늘로 흐르는 강'의 동시(3)

김창집 2022. 6. 19. 00:00

* 바위취

 

7월의 포도는 시다

 

검은 빛의 호기심에, 살짝

입속에 넣고 으깨다가

신음처럼 뱉어냅니다

 

으아! !

 

 

 

사랑이라 쉽게 말하지 마세요

 

- , --

사랑이라 쉽게 말하지 마세요

 

섬뜩하게 날선 장검長劍

칼집에서 뽑는 소리 같지 않습니까

 

그 말끝에, 썩둑

누군가는 베어져, 뜨거운 눈물

피처럼 철철 흘릴 수 있으니까요

 

 

 

좌측통행 권경업

 

내 아버지, 생전에 잘 지키시다가

학교 갔다 오신 좌측통행

 

반갑지 않은 평양시내

모두들 잘 지키는 줄 알았는데

간간히 우측통행도 합니다

 

 

 

눈 내리는 밤

 

도란도란, 내려앉던 눈발은

할머니의 옛 이바구

 

함양, 산청 구수한 사투리로

바람은 수군댑니다

 

밤머리재* 너머 수동* 아재네 뒤란

묻어둔 김칫독에 동치미가 읽는다며

 

---

*밤머리재 : 경남 산청군 삼장면에서 산청으로 넘어가는 고개

*수동 : 경남 함양 수동

 

 

 

목련

 

4월도 되기 전에, 벌써

흰 손수건 내던지며 이별이라니

 

! 봄날이 부질없음을

너도 이미 알고 있었구나

 

 

                          * 권경업 시집 , 어른을 위한 동시  하늘로 흐르는 강(작가마을, 2008)에서

                                                                    * 사진 : 바위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