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월의 포도는 시다
검은 빛의 호기심에, 살짝
입속에 넣고 으깨다가
신음처럼 뱉어냅니다
으아! 시詩다!

♧ 사랑이라 쉽게 말하지 마세요
사 - 랑, 사-르-랑
사랑이라 쉽게 말하지 마세요
섬뜩하게 날선 장검長劍을
칼집에서 뽑는 소리 같지 않습니까
그 말끝에, 썩둑
누군가는 베어져, 뜨거운 눈물
피처럼 철철 흘릴 수 있으니까요

♧ 좌측통행 – 권경업
내 아버지, 생전에 잘 지키시다가
학교 갔다 오신 좌측통행
반갑지 않은 평양시내
모두들 잘 지키는 줄 알았는데
간간히 우측통행도 합니다

♧ 눈 내리는 밤
도란도란, 내려앉던 눈발은
할머니의 옛 이바구
함양, 산청 구수한 사투리로
바람은 수군댑니다
밤머리재* 너머 수동* 아재네 뒤란
묻어둔 김칫독에 동치미가 읽는다며
---
*밤머리재 : 경남 산청군 삼장면에서 산청으로 넘어가는 고개
*수동 : 경남 함양 수동

♧ 목련
4월도 되기 전에, 벌써
흰 손수건 내던지며 이별이라니
아! 봄날이 부질없음을
너도 이미 알고 있었구나
* 권경업 시집 , 어른을 위한 동시 『하늘로 흐르는 강』 (작가마을, 2008)에서
* 사진 : 바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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