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고성기 시집 '이제 다리를 놓을 시간'의 시조(1)

김창집 2022. 11. 2. 01:24

 

[시인의 말]

 

 열며

 

 

첫 시집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

 

둘째 시집

가슴에 닿으면 현악기로 떠는 바다

 

넷째 시집

섬에 있어도 섬이 보입니다를 통해

 

섬을 노래했고

우린 모두 섬이었구나를 알았다

 

고독과 단절의 섬으로

그냥 있어야 할 것인가?

 

아니다

이제

그 섬과

이 섬을 잇는

다리를 놓을 시간이다

 

이 시집은 징검다리를 놓는 디딤돌에 불과하다

 

 

 

섬 그리기

 

 

오늘도 섬 그리기

바다부터 그립니다

분명 섬을 그렸는데

어머니 얼굴입니다

파도는 어머니 주름살

펴질 날이 없습니다

 

분명 바다를 그렸는데

어머니 가슴입니다

무자년 울음자국이

멍울 되어 섬입니다

섬사람

섬 그리기는

온통 퍼런색입니다

 

 

 

나에게 섬은

 

 

섬에서 태어났다

곁에는 파도와 바람

단절의 끝에 서면

바다는 양수였다

내 꿈이 헤엄치며 노는

유년의 놀이터였다

 

나를 낳고 키웠으니

섬은 어머니 탯줄

삼칠일도 지나기 전

바다로 달려간 당신

부풀어

터질 듯한 젖

울며 물린 어머닌 섬

 

 

 

섬사람 섬에 살아도

 

 

산을 향해 앉으면 발아래 파도소리

바다를 향해 서면 쌓이는 산새소리

섬사람

섬에 살아도

섬 하나 묻고 삽니다

 

삼십 년 기다리다 섬이 되어 앉은 사람

원혼굿 파도에 씻겨 동백으로 지는 갯가

섬사람

바다 한복판

등불 들고 삽니다

 

 

섬에 사는 것은

 

섬에 사는 것은

바다를 보는 것이다

바다를 보는 것은

외로움에 갇힌 것이다

외로움

그리움 되면

문득 섬이 되는 것이다

 

외롭다와 그립다를

꼭 나누고 싶다면

내가 섬인지

섬이 나인지

나누어 봐야 한다

나누지

못하는 날은

이미 하나인 것이다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

 

1

 

가파도를 보러 갔다가

마라도만 보고 왔다

 

종로 한복판에서도

일렁이는

모슬포 바다

 

나 또한

작은 섬임을

나를 버려야 알았다

 

2

 

너와 마주 앉으면

맑은 눈만 보인다

 

돌아서

혼자 걸으면

숨소리까지 들린다

 

너 또한 작은 섬임을

네가 떠나야 알았다

 

 

                     * 고성기 시집 이제 다리를 놓을 시간(한그루, 202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