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권경업 시집 '별들이 쪽잠을 자고 간'의 시(2)

김창집 2022. 11. 3. 01:21

 

눈 덮인 써레봉의 아침

 

 

산이 춥다고, 마냥

함박눈 내리덮으면

산토끼는 밤새워, 한 땀 한 땀

목화꽃 무늬 박음질로

누비이불 만들고 갔습니다

 

 

 

그믐달

 

 

야금야금, 누군가가 갉아먹었습니다

지금도 금싸라기 똥을 누어

별을 만드는,

 

별똥별은, 빨리 날고 싶어

너무 많이 갉아먹은 하늘나라

노랑나비애벌레의 설사입니다

 

 

 

별똥별 1

 

 

-, 야광夜光찌가 던져진다

맑은 어둠 속

 

하늘바다 가을 밤낚시에

또 어느 여린 시인의

가여운 영혼 하나 낚이겠구나

 

 

 

어머니의 별자리

 

 

한 해가 지났지만

정확히 말해서 그 시차時差

무한대이며 무한소다

 

앞 다투어 다들 푸르름을 뽐내던

조용하지만 번잡하던 계절

어미는, 말라가는 제 몸에서

소중한 사랑 하나를 뽑은 뒤,

바람에 날려 보냈다

 

별이었다, 환한 세상의

몇 만 광년을 단숨에 날아간

빅뱅이라는, 백색왜성의 폭발

소멸하던 우주에서, 다시

별들이 생성하기 시작했다

 

시공을 초월한 우주의 끝

어느 척박한 벼랑의 틈바구니에서

사월의 푸른 하늘을 열고

새로운 빅뱅을 준비하는 그 별을

사람들은 민들레좌라 이름하였다

 

오래 전 내 어머니의 별자리였다

 

 

 

다음 생에는

 

 

해 저물면 한가하게

 

먼 별 바라보며

하얀 쑥갓으로 필

 

여린 연둣빛 물관을 타고 오르는

한 방울의 수액이 되고 싶습니다

 

 

               *권경업 시집 별들이 쪽잠을 자고 간(도서출판 전망, 200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