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덮인 써레봉의 아침
산이 춥다고, 마냥
함박눈 내리덮으면
산토끼는 밤새워, 한 땀 한 땀
목화꽃 무늬 박음질로
누비이불 만들고 갔습니다
♧ 그믐달
야금야금, 누군가가 갉아먹었습니다
지금도 금싸라기 똥을 누어
별을 만드는,
별똥별은, 빨리 날고 싶어
너무 많이 갉아먹은 하늘나라
노랑나비애벌레의 설사입니다
♧ 별똥별 1
휙-, 야광夜光찌가 던져진다
맑은 어둠 속
하늘바다 가을 밤낚시에
또 어느 여린 시인의
가여운 영혼 하나 낚이겠구나
♧ 어머니의 별자리
한 해가 지났지만
정확히 말해서 그 시차時差는
무한대이며 무한소다
앞 다투어 다들 푸르름을 뽐내던
조용하지만 번잡하던 계절
어미는, 말라가는 제 몸에서
소중한 사랑 하나를 뽑은 뒤, 후
바람에 날려 보냈다
별이었다, 환한 세상의
몇 만 광년을 단숨에 날아간
빅뱅이라는, 백색왜성의 폭발
소멸하던 우주에서, 다시
별들이 생성하기 시작했다
시공을 초월한 우주의 끝
어느 척박한 벼랑의 틈바구니에서
사월의 푸른 하늘을 열고
새로운 빅뱅을 준비하는 그 별을
사람들은 민들레좌라 이름하였다
오래 전 내 어머니의 별자리였다
♧ 다음 생生에는
해 저물면 한가하게
먼 별 바라보며
하얀 쑥갓으로 필
여린 연둣빛 물관을 타고 오르는
한 방울의 수액이 되고 싶습니다
*권경업 시집 『별들이 쪽잠을 자고 간』 (도서출판 전망, 200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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