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제주시조' 2022 제31호의 시조(1)

김창집 2022. 11. 29. 10:29

 

경칩 무렵 강상돈

 

 

비온 날 아침부터 유난을 떨고 있네

 

초정*의 맹꽁이 소리 엇박자로 들리고

 

닫았던 입술을 열며 고운 목청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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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래자연휴양림의 연못 이름.

 

 

 

올레길 강애심

    -항파두리로

 

 

꿩이 위풍당당

해바라기 꽃밭으로

 

제집인 양 들어가고

나오지 않는 그 자리

 

한참을

기웃거리는

시선

뜨거운

햇살

 

 

 

체증 강영임

 

 

단풍잎 하나가 어깨에 툭 앉는다

 

시월 첫 날 기척 없이 찾아온 당신은

 

다섯 장

 

재적등본에

 

늦게 매단

 

조등처럼

 

 

 

골다공증 고성기

 

 

두 날개가 있으면

훨훨 날 줄 알았다

뼈를 깎는 것보다

더 아픈 골수 비워야

먼 하늘

날아오름을

영정 앞에서 알았다

 

오리닭 날개 있어도

하늘 보기만 하는 것은

뼛속에 기름 가득

비울 줄을 모르는 게지

울엄니

골다공증은

누굴 날게 했을까

 

 

 

중독 권영오

 

 

배가 그를 끌고 간다

그가 배를 밀고 간다

 

맷정도 정이라고 맞아 죽을 때까지 그걸 끊지

못하듯이

 

한 몸에

우리를 담그던 시절

한 냄비에 숟가락을 담그듯

 

 

                       *제주시조시인협회 제주시조2022 31호에서

                                    *사진 : 천리포수목원의 사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