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칩 무렵 – 강상돈
비온 날 아침부터 유난을 떨고 있네
초정*의 맹꽁이 소리 엇박자로 들리고
닫았던 입술을 열며 고운 목청 돋운다
---
*교래자연휴양림의 연못 이름.
♧ 올레길 – 강애심
-항파두리로
꿩이 위풍당당
해바라기 꽃밭으로
제집인 양 들어가고
나오지 않는 그 자리
한참을
기웃거리는
시선
뜨거운
햇살
♧ 체증 – 강영임
단풍잎 하나가 어깨에 툭 앉는다
시월 첫 날 기척 없이 찾아온 당신은
다섯 장
재적등본에
늦게 매단
조등처럼
♧ 골다공증 – 고성기
두 날개가 있으면
훨훨 날 줄 알았다
뼈를 깎는 것보다
더 아픈 골수 비워야
먼 하늘
날아오름을
영정 앞에서 알았다
오리․닭 날개 있어도
하늘 보기만 하는 것은
뼛속에 기름 가득
비울 줄을 모르는 게지
울엄니
골다공증은
누굴 날게 했을까
♧ 중독 – 권영오
배가 그를 끌고 간다
그가 배를 밀고 간다
맷정도 정이라고 맞아 죽을 때까지 그걸 끊지
못하듯이
한 몸에
우리를 담그던 시절
한 냄비에 숟가락을 담그듯
*제주시조시인협회 『제주시조』2022 제31호에서
*사진 : 천리포수목원의 사계
'문학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승철 시집 '사고 싶은 노을'의 시(2) (1) | 2022.12.02 |
---|---|
고성기 시집 '이제 다리를 놓을 시간'의 시(6) (0) | 2022.11.30 |
김성주 시집 '구멍'의 시(1) (1) | 2022.11.28 |
오승철 시조집 '사고 싶은 노을'의 시조(1) (1) | 2022.11.27 |
권경업 시집 '하늘로 흐르는 강'의 시(8) (0) | 2022.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