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고성기 시집 '이제는 다리를 놓을 시간'의 시(10)

김창집 2022. 12. 19. 02:33

 

 

잡초의 교육

 

 

눈 뜨면

번식이다

가능하면 어릴 때부터

쉬는 시간엔

위장술

귀한 것 닮아야지

마지막

비장한 수업

약 먹어도 뿌린 살기

 

 

 

 

타조駝鳥

 

 

걸어서 갈 수 있어도

섬이라면 섬인가

날지 못하고 달려도

새라면 새인가

시 닮은

시 쓰지 않아도

시인이라면 시인인가

 

타조도 그럴 듯하다

짐승인가 새인가

신안의 압해도는 차로 가도 섬인가

사전은

바보들의 책

타조는 조류

압해도는 섬

 

 

 

 

하지 오후

 

 

기다릴 사람 없는데

그리움 너무 길다

 

뻐꾸기 울음소리

그마저 낮게 울어

 

온종일

그리다 지운

얼굴

얼굴

그 얼굴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일까

써야 하는 사람일까

온종일

한 줄 못 쓰고

쥐어뜯는 여름 오후

소쩍새

목쉰 울음만

나 몰라라

길게 타고

 

 

 

 

목련 지는 날

 

 

시간을 되돌리면

하얀

목련이었다

 

서른 넘을 즈음엔

요염한

그 자목련

 

윤정희

치매를 앓다

지는 봄이 너무

아프다

 

 

 

          * 고성기 시집 이제는 다리를 놓을 시간(한그루, 202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