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잡초의 교육
눈 뜨면
번식이다
가능하면 어릴 때부터
쉬는 시간엔
위장술
귀한 것 닮아야지
마지막
비장한 수업
약 먹어도 뿌린 살기

♧ 타조駝鳥
걸어서 갈 수 있어도
섬이라면 섬인가
날지 못하고 달려도
새라면 새인가
시 닮은
시 쓰지 않아도
시인이라면 시인인가
타조도 그럴 듯하다
짐승인가 새인가
신안의 압해도는 차로 가도 섬인가
사전은
바보들의 책
타조는 조류
압해도는 섬島

♧ 하지 오후
기다릴 사람 없는데
그리움 너무 길다
뻐꾸기 울음소리
그마저 낮게 울어
온종일
그리다 지운
얼굴
얼굴
그 얼굴

♧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일까
써야 하는 사람일까
온종일
한 줄 못 쓰고
쥐어뜯는 여름 오후
소쩍새
목쉰 울음만
나 몰라라
길게 타고

♧ 목련 지는 날
시간을 되돌리면
하얀
목련이었다
서른 넘을 즈음엔
요염한
그 자목련
윤정희
치매를 앓다
지는 봄이 너무
아프다
* 고성기 시집 『이제는 다리를 놓을 시간』 (한그루, 2022)에서

'문학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간 '우리詩' 12월호의 시(4) (1) | 2022.12.22 |
---|---|
'애월문학' 2022 제13호의 시(3) (1) | 2022.12.20 |
'제주시조' 2022 제31호의 시조(5) (1) | 2022.12.18 |
월간 '우리詩' 12월호의 시(3) (0) | 2022.12.17 |
'애월문학' 2022년 제13호의 시(2) (1) | 2022.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