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고성기 시집 '이제 다리를 놓을 시간'의 시(11)

김창집 2022. 12. 25. 00:41

 

소주가 한 병이면

 

 

더 바랄 게 뭐 있으랴

소주 한 병 있으면

 

안주가 필요하랴

깍두기로 충분하다

 

하루가

이렇게 꽉 차

절로 지는 놀을 보며

 

 

 

바람난 매화

 

 

젖 망울

커질 때부터

짐작은 했었다만

햇살에 낯붉히더니

짙은 향

울담 넘었다

그 매화

바람났구나

고 시인의 짧은

 

 

 

문장부호

 

 

어린 시절

물음표

커가면서

느낌표

무겁구나 장년

쉼표

나이 들수록

말없음표

내 삶은

문장부호다

마침표

하나 남겨놓은

 

 

 

봄비2

 

 

봄비

그냥 오는데

 

땅은

벌써 속살 젖다

 

시인은

겨울옷

 

아직 벗지 못하는데

 

호박씬

지구를 들고

 

벗은 채 일어났다

 

 

 

일출봉에서

 

 

바다가 취한 성산포

오늘은

내가 취하다

 

구름에 가린 해가

꿈틀꿈틀 해매더니

 

, 이런!

내 가슴 태우고

머리 위에 떴구나

 

 

 

                 *고성기 시집 이제 다리를 놓을 시간(한그루, 202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