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한수풀문학' 2022년 제17호의 시(5)

김창집 2023. 1. 18. 00:14

 

옛날별 문영인

 

 

옛날 밤하늘엔 별이 많았었는데

대낮같이 밝히는

전등 불빛 밑에서

자동차 라이트 불빛 속에서

삶에 쫓기는 마음속에서

별은 잊혀지고

감성은 메마르고

육체는 내리막길을 내달려

어둠의 벌판 가운데까지

이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무한대의 시간은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빛을 반짝이며

그대로 있었네

 

 

 

문태후

 

 

뜰 아래

숨은 꽃 한 송이

지나는 바람 보고 웃다가

들켜 버렸네

 

볼수록

붉어지는 볼 향기

알수록

짙어가는 그리움

 

너인 듯

나인 듯

 

 

 

매실꽃 신태삼

 

 

어쩐다, 살을 에는 꽃샘추위에

동짓밤이 지루하던가

, 나비는 머언 꿈나라인데

파르르 떠는 너

외투 열어 보듬을까

 

땅속 어디쯤에서

망설이는 무심한 이

내 흑심 눈치 채고

영영 아니 오면 어쩌지

 

대문 나서는 발걸음

꽃 시샘하는 계절이 미워

 

 

 

입춘 - 양완석

 

 

속살까지 차가웠던

동장군의 추위는

천천히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

쉬어 가고

겨울을 속이는

이른 봄은

부끄러운 듯

숨어서

인간이 만든

절기로 소식을 전하고는

수줍은

복수초 꽃을 피웠다

시간을 밀어내는

오늘은

봄이라는 기대를 준다

 

 

 

- 서상민

 

 

살과 뼈를 태웠다

발바닥에 박힌 못이 태워지지 않았다

임진강 물결에 아버지를 보내고 왔다

 

오후 다섯 시의 태양이 풍화하는 빈방에는

오후 다섯 시의 기울기가 산다

빛 속으로 모여드는 먼지들은

빈방의 기울기를 이해한다

 

열여덟 아버지는 목수였다

톱과 대패와 망치로 지은 집이

아버지의 기운 연대다

나무에 이는 목질의 바람을 대패로 밀었다

수심이 읽히지 않는 나이테에 못을 박았다

발바닥에 못이 언제 박혔는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흔들리는 땅 위에 선 아버지는 힘을 다해

중심을 버티려 했으리라

발의 통증이 퇴적된 방에는

연백에 두고 온 가족의

흑백사진 한 장이 걸려 있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영토로 갔을까

 

걷는다는 건 발을 저는 일

발바닥에서 오후 다섯 시의 못이 빠져나와

긴 등뼈로 눕는다

 

 

                            *한수풀문학회 간 한수풀문학2022년 제17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