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혜향문학' 2022년 하반기호의 시(3)

김창집 2023. 1. 17. 00:17

 

리비도 김승범

 

 

마치 커다란 돌덩이로

머리를 짓누른다

 

내던진 돌멩이에 맞은 물결

파장을 일으킨다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며

순간 다가온 호수가

 

널름 파도를 삼키고

언제 그랬냐며 나를 쳐다본다

 

무심한 파도

상심한 나 하나가 되었다

 

고요 속에 일치되는 허무감

나의 욕심이 안경을 접는다.

 

 

 

오름길 오르며 김용길

 

 

가을 햇볕이

잔뜩 독이 올랐다

 

마른 풀잎에 손가락 베이고

바짓가랑이 휘감기는

억새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핏방울 맺히는 손가락

입으로 빨다 말고

올라온 길 내려다보면

길은 끊어지고 없다

 

세상살이 걸어온 길

저처럼 자주 끊어진다면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이제 올라갈 길

단단히 허리춤에 매달고

걸어야 하리

흔적을 남겨야 하리.

 

 

 

탱자나무 호랑나비 김정희

 

 

탱자나무에서 깨어난

호랑나비 애벌레

탱자 잎 먹고 큰다

 

참새를 피해

참새 똥처럼 있으면서

큰다

 

작아진 옷

벗고 또 벗으며

다 큰 애벌레

 

 

 

알작지왓 몽돌 - 김희운

 

 

세상살이 준비!

달린다, 또 달린다

 

미움 깎고 원한 닳아

밑천마저 끄집어내

 

보듬고 덖어 내서는

자 비 방 울 공 덕 방 울

 

 

 

꽃 피면 혼자 웃고 - 김철선

 

 

백팔계단 올라

자욱한 안개 굴사

촛불 켜 무릎 꿇고

백팔 배 다시 백팔 배

사방 향 내음 잔잔한 미소

안개에 젖은

형제섬이

하늘가

허공에 뜬 나에게

억겁 시린 세월

가슴으로 산다

눈비 올 때 혼자 걷고

꽃 피면 웃어라

산문을 나섰다

벚꽃 어지러이 떨어지는 세상

물은 부질없이 흘러간다

 

 

               *혜향문학회 간 혜향문학2022년 하반기(1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