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제주시조' 2022 제31호의 시조(9)

김창집 2023. 2. 18. 00:01

 

천지연 폭포 노재연

 

 

연어가 목숨 걸고 냇물을 거스르듯

좌충우돌 부딪치며 고향 찾아 떠나간다,

창연蒼然

깃발 하나를

하늘가에 걸어두고.

 

희망을 품에 안고

질주하는 귀소 본능

 

천리를 달려왔건만

아직도 갈 길 멀어

 

자라는

절망 속에다

희망의 씨를 뿌려둔다.

 

끊어진 물길 앞에 버티고 선 직립 벼랑

새하얀 비단 감고 우레 속에 뛰어내려

옹이진

가슴속 울음

새하얗게 풀어낸다.

 

 

 

구절초 류미월

 

 

마른 풀 짙은 향기 무덤가에 번져난다

먼 하늘로 솟구치는 구구절절 전언인가

쓰디쓴 사랑을 잃은 저문 날의 하얀 편지

 

땡볕에도 서늘한 땅, 당신은 여기 없고

꽃잎으로 뭉쳐나는 얼룩진 눈물 자국

바람의 손짓을 따라 허공을 젓는 필체

 

헛헛한 가슴속에 차오르는 목마름인 듯

아홉 개 절간에서 울려나는 종소린 듯

귀울림 그 이름 하나,

가을이 녹아내린다

 

 

 

동행 - 서순석

 

 

아들은 할 말이 많고

나는 한 말이 많다

 

아들은 갈 길이 많고

나는 간 길이 많다

 

내 등에 난 길을 따라

아들이

따라 온다.

 

 

 

백담계곡 겨울 풍경 - 임종삼

 

 

돌 희고 물도 맑은 설악산 백담계곡

일백 개 담을 지나 백담사에 이르는 길

한겨울

얼음판 위로

걸어볼 수 있었네

 

청룡담 황장폭포 구룡소 사미폭포

일백 개 소를 지나 영시암에 이르는 길

길잡이

앞장서 가던

수렴계곡 수달이

 

 

 

한강둔치의 봄, 최오균

 

 

양지쪽 오랑캐꽃

잠을 깨는 해토머리

 

삽상한 봄바람은

하늘을 비질하고

 

햇살은 둔치 그 위에

명주실을 드리우네

 

둥둥섬 지켜보던

수양버들 머리 풀고

 

겨우내 지녔던 떨켜

강물 위에 띄우면서

 

연초록 물감을 다시

실가지에 짐짓 얹네

 

 

             *제주시조시인협회 간 제주시조2022 31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