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오승철 시조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의 시조(4)

김창집 2023. 3. 29. 01:53

 

 

발자국의 시

 

 

지우려면 싹 지우고 그냥 돌아갈 일이지

 

산방산과 해안변에 발자국으로 써 놓은 시

 

파도와 비바람마저 씻지 못한 저 발자국들

 

 

 

 

남극노인성

 

 

우러러 우러르라 장수의 별 뜨는 마을

서울, 평양, 제주시 그 어디도 안중에 없고

서귀포 그리움의 땅 칠십리로 오시는 별

 

한여름 밤 지배하던 전갈자리 떠난 하늘

불배들 간절한 꿈 하늘 닿아 타오르는

호박꽃 다 졌는데도 반딧불처럼 떠도는 별

 

아버지 저 바다에서 무슨 꿈 그리는가

할망당에 두 손 모으듯 그 무엇을 빌고 있나

우러러 우러르시라 별의 마을 서귀포

 

 

 

 

밥 한술만 내밀어도

 

 

뫼비우스 띠처럼 온종일 눈 오는 날

 

점심상 받아놓고 밥 한술만 내밀어도

 

43땅 쇠테우리로 펏들펏들 떠도는 눈

 

 

 

 

슬픔으로 먹는다.

 

 

오늘은 얼마 벌었노?

 

이 산 저 산 곡쟁이야

 

상주보다 서러우냐?

 

돈이 적어 서러우냐?

 

어머니 무덤가에는

 

낼 돈이나 있더냐?

 

 

 

 

돌담올레 오조리

 

 

빙빙 잠자리 떼처럼 돌고 도는 돌담올레

어느새 팽나무도 이정표처럼 늙었지만

백년쯤 가면 끝나리 그 모래밭 그 이별

 

그냥 가지 왜 왔냔 듯 물동동 저 물새 떼

갈대숲과 일출봉을 물속에서 져 나르네

그 속에 흩어진 울음 그 울음도 지고 간다

 

그런 말 하지마라 “4·3은 무슨 4·3”

강씨 할망 어딜 가고 돌아앉은 빈 난간

거기에 숨비소리가 아흔을 넘고 있다

 

 

 

            * 오승철 시조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황금알,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