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성강을 건너다
바다에도 강이 있다
힘줄 같은 강이 있다
우도와 성산 사이 ‘우성강牛城江’ 건너러면
갈매기 네댓 날리며
과자 뇌물도 바친다
시인 강중훈 고향
오조리도 흘려보내고
내 누이 시집 살던
종달리도 흘려보내고
보내고 남은 사람만 그 죗값이 푸르다
천진항 뱃고동 소리
마지막 울고 나면
어느 집 올레인들 이별 없이 버텼을까
물 천장 막 깨고 나온
숨비소리
저
갯메꽃
♧ 저 말이 가자 하네
사진작가 권기갑의 말 한 마리 들여놨네
고독은 고독으로 제련하란 것인지
삼백 평 눈밭도 함께
덤으로 사들였네
십년 넘게 거실 한켠 방목 중인 그 말이
불현듯 투레질하네
이 섬을 뜨자 하네
나처럼 유목의 피가 너에게도 흐르느냐
살아야 당도하는 사나흘 뱃길인데
해남인지 강진인지
기어이 가자 하네
고향도 하룻밤 잠시 스쳐가는 거처란 듯
♧ 똥막살이와 장끼
시 쓰고
작곡하고
노래하고
그림 그리는
똥막살이 주인장
그 부인은 어딜 갔나
고내봉 적막도 잠시
초록을 뱉고 간다
♧ 어 어 어
소설가와 언론인 재일 동포 두 김씨가
오사카에서 대판 싸워
등 돌리고 살았는데
물 건너 세화오일장에서 딱 마주쳤네. 어, 어, 어
♧ 제주 버섯마당
전화하면 “예! 오빠” 응답하는 그 여자
한라산 한 자락을 눈밭 속에 끌고 와서
참나무 원목에 붙은 버섯처럼 피어 있다
삼십 년 버섯 농사 여자이길 포기한 여자
홀아방 어디 없냐고 너스레를 떨지만
누구도 그 말을 곧게 들은 척을 않는다
‘제주버섯마당’이라 이름 지어 줬더니
“마당은 무슨 마당” “그냥 밭”이라 했지만
단 한 번 고집을 꺾고 내 말 받은 셋째 처제
*오승철 시조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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