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오승철 시조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의 시조(5)

김창집 2023. 4. 2. 00:48

 

 

우성강을 건너다

 

 

바다에도 강이 있다

힘줄 같은 강이 있다

우도와 성산 사이 우성강牛城江건너러면

갈매기 네댓 날리며

과자 뇌물도 바친다

 

시인 강중훈 고향

오조리도 흘려보내고

내 누이 시집 살던

종달리도 흘려보내고

보내고 남은 사람만 그 죗값이 푸르다

 

천진항 뱃고동 소리

마지막 울고 나면

어느 집 올레인들 이별 없이 버텼을까

물 천장 막 깨고 나온

숨비소리

갯메꽃

 

 

 

 

저 말이 가자 하네

 

 

사진작가 권기갑의 말 한 마리 들여놨네

고독은 고독으로 제련하란 것인지

삼백 평 눈밭도 함께

덤으로 사들였네

 

십년 넘게 거실 한켠 방목 중인 그 말이

불현듯 투레질하네

이 섬을 뜨자 하네

나처럼 유목의 피가 너에게도 흐르느냐

 

살아야 당도하는 사나흘 뱃길인데

해남인지 강진인지

기어이 가자 하네

고향도 하룻밤 잠시 스쳐가는 거처란 듯

 

 

 

 

똥막살이와 장끼

 

 

시 쓰고

작곡하고

노래하고

그림 그리는

똥막살이 주인장

그 부인은 어딜 갔나

 

고내봉 적막도 잠시

초록을 뱉고 간다

 

 

 

 

어 어 어

 

 

소설가와 언론인 재일 동포 두 김씨가

 

오사카에서 대판 싸워

 

등 돌리고 살았는데

 

물 건너 세화오일장에서 딱 마주쳤네. , ,

 

 

 

 

제주 버섯마당

 

 

전화하면 ! 오빠응답하는 그 여자

한라산 한 자락을 눈밭 속에 끌고 와서

참나무 원목에 붙은 버섯처럼 피어 있다

 

삼십 년 버섯 농사 여자이길 포기한 여자

홀아방 어디 없냐고 너스레를 떨지만

누구도 그 말을 곧게 들은 척을 않는다

 

제주버섯마당이라 이름 지어 줬더니

마당은 무슨 마당” “그냥 밭이라 했지만

단 한 번 고집을 꺾고 내 말 받은 셋째 처제

 

 

                         *오승철 시조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