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계간 '산림문학' 2023년 봄호의 시(4)

김창집 2023. 4. 6. 08:24

 

봄 새잎 임정현

 

 

어디서 삼동을 견디었을까

저 맑은 연둣빛 얼굴

새순의 옹알이 바람과

바람 빗방울 띠뜨르르

 

가지 위에 새잎 눈 뜨는 날

색색의 빛깔들

해에게서 나와

지상의 열락이 시작되었다

 

 

 

여행의 맛 김수연

 

 

온밤을 달려가면 기꺼이 맞이하는

발가벗은 선바위 꼭대기에 비추던

아침 해

황홀히 퍼져

금빛의 출렁거림

 

밤과 낮이 바뀌고 마주한 뜨거움이

하루를 안아 품고 서서히 빠져들어

백룡담

푸른 물속은

경이로움 차고 넘쳐

 

액체 같은 햇살이 수면 위를 휘저을 때

저 바람 파고들어 시리게 흔들리며

태화강

십리 대밭이

용암정을 기웃댄다

 

 

 

휴양지에선 숲 멍- 우형숙

 

 

숙제하듯 밥을 먹고 창문을 활짝 연다

오늘도 여지없이 수런대는 녹색물결

그렇지 침묵의 햇살도 숲 속에선 저리 웃지

 

따뜻한 차 한 잔에 녹아드는 바쁜 숨결

공중에 매달리는 푸릇한 향기 따라

멍하니 사그라진다 어설픈 빗장 풀고

 

설움이 휘감았던 매콤한 기억들도

몽롱해진 동공 속에 일렁이다 사라진다

쉼표가 수북해진 나, 자꾸만 웃고 싶다.

 

 

 

, 피라미 떼 - 이승현

 

 

깃처럼 보드라운 봄 숨결 한 움큼을

 

쥐었다 펼치면 여울물 소리가 난다

 

겨우내 찌든 땟국물 쏴아! 씻어 내리며

 

가슴 섶 물고기가 물보라 일으키는

 

알 수 없는 떨림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의젓한 앞산마저도 휘둘리며 돋는 열꽃

 

, 버는 꽃잎 하나 수면을 살짝 치면

 

연초록 하늘가에 그만큼 번지는 꽃물

 

화르르, 그 산빛 쫓아 몸 트는 피라미 떼

 

 

 

동백꽃 - 이제우

 

 

때는 향기까지

반올림해 피어나서

 

질 때는 느낌표를

내리 긋고 땅을 친다

 

꽃술에 사레가 걸린

봄 햇살도 못 풀고

 

허공에 몸을 그어

불을 당겨 지른 꽃빛

 

볼거리를 앓아내며

불어 올린 꽃봉마다

 

겨울의 어깨 너머로

술래처럼 엿본다.

 

 

 

                               * 계간 산림문학2023년 봄호(통권4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