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아제르바이잔 고부스탄 암각화 박물관

김창집 2023. 5. 1. 16:14

*박물관
*암각화 그림
*암각화 그린 사람들(모형)

 

  아제르바이잔 바쿠 교외 약 65km 지점인 고부스탄에는 선사시대에서부터 청동기 시대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암각화 지대가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고부스탄 을 의미하는 고부(QOBU)’ 을 의미하는 스탄(STAN)’의 결합으로 바위무덤을 뜻한다.

 

  입구에 기념관 겸 박물관 형식의 건물이 있어 거기에서 내용을 어느 정도 학습하고 현장에 가도록 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바위에 새겨진 여러 가지 문양을 한데 그려 전시해 놓았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면 암각화를 새길 당시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멧돼지, 여우, 사슴, 표범, 영양 등을 실물 크기로 만들어 전시했다. 그리고 발굴된 유골과 토기 등도 전시돼 그 시대를 짐작하게 한다.

 

*암각화가 있는 언덕
*입구에 있는 안내 그림
*입구에 있는 바위

 

  고부스탄 암각화는 아제르바이잔 중부 3개 지역 반사막지대의 표석들에 새겨진 것들이다. 이곳에는 약 4만년에 이르는 6천여 개의 암각화가 모여 있다. 그리고 이 바위지대에는 사람이 살았던 동굴과 무덤이 흩어져 있으며, 그 지역의 빙하시대 말기부터 구석기와 신석기를 거쳐 청동기까지 이어지는 시기에 사람들이 살았음을 말해주는 537ha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이다.

 

  여러 가지 해설 그림을 덧붙인 내용을 전해 듣고 나와 차를 타고 현장으로 갔다. 바위 언덕으로 이어진 암각화 지대는 맑은 하늘 아래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들을 맞았는데, 미세먼지 하나 없는 청정한 대기와 통로에 나 있는 풀꽃들이 너무 좋았다. 우리와 마주친 이스라엘 답사단원들과의 인사 교류가 이곳이 세계 문명이 마주치는 곳이로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다.

 

*암각화 지대의 바위들(아래도 같음)

 
암각화 그리는 밤 - 김왕노

 

  천년의 숨결 소리 들리는 반구대 암각화 보러가는 길

  자꾸 고래울음 환청으로 들려왔다.

 

  유유히 흐르는 태화 강변에서 고래사냥, 목축, 사냥 법을 후손에게 알려주기 위해, 지친 몸으로도 그렸을 암각화, 난 내 삶의 방법을 먼 훗날 전해주기 위해 그림 한점 그리지도 않았다. 그린다해도 음화로 살아날 지나온 거리. 전수되지 말아야 할 내 삶의 흔적

 

  긴 수염고래, 흰 긴 수염고래, 범고래, 향유고래, 귀신고래, 해초 사이에서 노는 고래, 먹이를 먹는 고래, 파도를 타며 노는 고래가 그려져 있는 반구대에는 천년을 건너와서 지금도 출렁이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 가득 피워놓은 고래의 푸른 울음. 그 바다로 함께 물결쳐 가 정박의 닻 내리고 싶은 지친 광장 촉 낮은 저 낮달.

 

  고래에 접근하는 배, 고래에 작살 꽂는 포수, 작살 꽂힌 고래가 몸부림치는 암각화가 있는 반구대로 가는 길은 천년과 지금을 소통시키는 생명의 푸른 루트. 나도 작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피로 바다를 물들이는 귀신고래 한 마리 꿈꿔본다. 잡기 보다는 잡히는 쪽에 서서 몸 깊이 꽃처럼 피어나는 상처를 들여다보며, 어떤 향기가 내 몸에 깃들어있나 알아보고 싶다.

 

  따뜻한 해풍이 불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보러 가는 길

  청동 방울 딸랑거리며 또 한 무리의 사슴, 호랑이, 멧돼지, , 토끼, 고래, 상어, 물개를 몰아가고 싶다.

 

  약육강식의 날보다, 필사로 반항하거나 달아나기보다, 덫이나 그물 작살이 있는 세상보다, 영장류의 횡포보다, 모두 초식성 동물이 되어, 넓은 풀밭 하나면 의식주가 해결되는,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그런 관계가 없는, 태양과 비가 키워준 연한 풀잎으로 다시 천년을 가는 그런 날이 암각화로 다시 그려지는

 

  반구대 암각화 보러간 날

  밤이 오자 나는 수직의 꿈속으로 나가 내가 기원하는 풀밭을 그렸다.

  풀밭에 내리는 천년의 빗방울. 풀밭에 자란 대추나무. 대추나무에 치는 번개.

  순한 눈매의 초식성 동물 무리. 무겁게 하늘을 받치며 그늘을 제공하는 느티나무도 그렸다.

  세상을 뒤집고 다시 맞이해야 할 새 천년의 세월에 대한 음모를 꾸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