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9일 수요일 맑음
우리 일행은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를 떠나,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했다가 제우스신의 노여움을 사서 코카서스 산 절벽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肝)을 쪼아 먹게 했다는 신화(神話)와 관련된 현장으로 알려진 카즈베기 산으로 갔다.
먼저 러시아와 조지아 친선 목적으로 세워진 전망대가 있는 구다우리에 들러 전망대 속의 그림을 보며, 주변을 둘러본 뒤 카즈베기로 향했다. 러시아 국경이 20km밖에 안 된다는 이곳 산맥을 넘는 도로엔 짐을 실은 커다란 차들이 엄청나게 긴 줄을 이룬다. 길이 좁아서 가는 듯 마는 듯하고 있었는데 언제나 그렇다고 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다다른 곳, 마을 옆에 있는 주차장엔 4륜구동 차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가 5명씩 태우고, 꼬불꼬불 게르게티 교회로 오른다. 도보로는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오르는 길은 꽤 험한 편인데, 소나무와 자작나무, 피나무 등이 보이고 가끔 방목하는 소가 있다.
해발 2,170m에 자리한 교회는 게르게티 성당, 사메바 성당,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 등으로 불린다. 14세기에 지어졌다는데 이처럼 높은 곳에 짓느라 고생이 심했을 터. 도착하면서 하느님의 계시를 내린 듯 갑자기 바람이 인다. 바람이 없는 곳에 숨어야 될 정도로 사납다.
한 20분쯤 머물다 돌아올 때는 조화를 부리듯 고요해졌다. 이곳에서는 주변 설산들을 전망하기에 더 없이 좋다. 우리는 신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다시 4륜구동 차를 이용해 천천히 내려왔다. 정말 신화 속 세계를 여행한 것 같았다. 그날은 내려오다가 창밖으로 설산이 마주 뵈는 구다우리에 있는 호텔에 머물렀다.
* 사진은 게르게티 성당에 다녀 오면서 찍은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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