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노아의 방주' 표착지로 알려진 아라랏 산

김창집 2023. 5. 5. 00:54

* 언덕 위에 보이는 콜비랍 수도원

 

2023417일 일요일 맑음

 

 

  어제 예레반 시내를 비롯한 인근 지역을 오가면서 하루 종일 눈앞에 어른거리던 아라랏산이 가까이서 아주 잘 보이는 콜비랍 수도원으로 향했다. 가는 중에도 눈은 멀리 허연 눈을 쓰고 공중에 떠 보이는 아라랏산을 향한다. 대절한 대형 버스 차창으로 환히 보이는 아라랏산을 촬영해 보려 했으나, 뒤에 창문이 반사된다든지 전신주와 전선에 가려 잘 찍을 수가 없다.

 

  예레반 시내에 위치한 호텔을 출발한 지 1시간여. 드디어 콜비랍의 작은 언덕에 위치한 수도원 입구에 도착하여 언덕으로 걸어가는데, 주변에는 기념품 가게가 늘어서고, 음료수를 파는 가게들이 널려 있다. 얼마 안가 언덕 위에 도착해보니, 노아의 방주가 표착했다고 알려진 터키의 최고봉 아라랏산이 벌판 너머에 젊잖게 앉아 있다.

 

  이곳은 아르메니아 국경이지만 사진에 보듯이 앞에 아무런 장애가 없기 때문에 아주 가까이 보인다. 해발고도 5,137m의 아라랏 산은 터키에서도 가장 높은 산이라 한다. 이곳 아르메니아에서 보기에 오른쪽이 가장 높은 봉우리로 큰 아라랏산인 뷔익 아라랏산이고, 왼쪽의 작은 아라랏산은 3,896m의 큐축 아라랏산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연중 만년설이 덮여 있어 여름에도 시원해 보인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라랏산은 대홍수가 끝난 후 노아의 방주가 표착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아라랏산은 지금 터키가 점유하고 있지만, 국경 너머 15km밖에 안 되는 곳에 있기에 아르메니아인들은 지금도 민족의 영산으로 여기고 있다.

 

 

*수도원에서 보이는 아라랏산

 

 

  언덕에 위치한 코비랍 수도원은 3세기에 건설하기 시작하여 17세기에 완공되었다. 아르메니아는 기독교를 국교로 승인한 최초의 국가로 알려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페르시아의 사주를 받은 아르메니아인에 의해 왕이 살해되면서 아르메니아가 망하게 되는데, 왕자 티라디스는 로마로 피신하고, 그레고리는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는 심정으로 이스라엘로 이주해 로마와 페르시아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그레고리는 전쟁에 승리해 아르메니아로 돌아왔는데, 로마로 피신했던 왕자는 로마의 도움으로 왕위에 올라 있었다. 기독교에 반감이 컸던 왕은 그레고리가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의 아들인 것을 알고 깊은 웅덩이를 파고, 그 속에 가둔 뒤 뱀을 함께 넣었다. 정신병으로 고생하던 왕은 꿈속에서 성 그레고리를 찾아가란 말을 듣고, 13년 동안 가둬 놓았던 웅덩이를 열어보니 아직도 살아 있어 그를 살리고 병을 고쳤다. 이에 왕은 하늘의 뜻이다.’ 하고 마음을 돌려 기독교를 국교로 정했다고 한다. 아직도 이 수도원에는 성 그레고리를 가뒀던 구덩이가 남아 있어 희망자에 한해 들어가 보고 오도록 권한다.

 

*정상 바로 밑에 있는 만남의 탑에서 본 아라랏산

 

노아의 방주 - 김내식

 

 

퇴직 후 잠시 유물발굴단에서

삽질을 하다보니

늘 하는 인부들은 일도 아닌 일 가지고

밤이면 가슴에 근육이 뭉쳐

그 쉬운 숨쉬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때로는 몸과 마음이 괴로워도

침묵을 지키며

참아도 보자

 

남모르는 그 고뇌

가슴에서 타오를 때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은혜로운 에너지로

고난의 깔딱 고개

쉽게 넘느니

 

늘 평화와 행복만이 지속된다면

고인 물이 섞어가듯

맑은 정신은 부패되어 지쳐버릴 것이기에

신이 주시는 환난의 순간

엄숙히 받들지어다

 

노아의 방주에

불행은 행복과 쌍이 되어

함께 타느니

 

 

* 언덕 위에서 본 콜비랍 수도원

 

무언의 묵시록 - 강위덕

 

 

  풀벌레 키드기는 소리도 지나치지 못하는 저 오지랖, 너는 있는 것마다 툭툭 건드리며 세상을 떠돌아 다녔지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에 길난 역마살이지 겨울이 되면 너의 하늘이 딴청 피운 사이 한계의 벽을 넘어 맨땅과 외도를 했었지 더러는 객기 넘쳐 곤두박질하고 더러는 후미진 언덕배기에 소리 없이 눕기도 했지

 

  石石廻廻(석석회회)*

 

  돌들의 행보가 흘리고 간 억 천의 세월, 不見(불견)發見(발견)사이 인간의 눈에 발견된 너 수석아 너는 저 거대한 백색의 책을 보았지 열리지 않는 입을 꽉 다문 페이지, 지상의 온도를 빼앗은 불온의 예언서를 하늘이 내린 백색테러야 이 백색 테러는 노아의 방주가 없지 선거공약이나 트릭도 없어 네가 숨어 살았던 전생처럼 온 누리가 하얗기만 해 서울의 높은 빌딩이 다 들어가고도 남을 그리움 때문에 선연한 겨울 바닥을 긁으며 너는 말했지 백색테러가 몸을 풀려면 십년은 걸릴 거라고 시간을 제 안에 삭혀 수많은 파문을 마음에 새기고도 아무 말 없이 물살의 지도를 받으며 억세고 짧은 갈기에 살이 찢기는 동안 눈에 뜨이지 않는 계곡에 숨어 심연의 암호를 분석하고 있었지 죽음 그 후에야 이생을 억 겹 반추하듯 고름을 빼낸 허탈한 구멍에 새빨간 새 피가 출렁일 때 너무나 황홀한 꿈이 거기에 불탄다했지 뒷 페이지에 앉아 이마에 수건을 동여맨 각주(脚註)처럼 유려하게 얼굴을 내 밀수 없는 서언(序言)이나 결론(結論)처럼 화끈하게 주장을 펼 수는 없어도 다만 지금은 들메끈을 고쳐 매고 있는 중이라고, 십년의 끝은 바로 지금이라고, 반쯤 남은 커피 잔이 졸고 시계가 눈을 비빌 때 새벽은 고동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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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석 회회 : 돌과 돌이 돌고 돈다.

 
 
*언덕 위에 휘날리는 아르메니아 국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