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아르메니아 세반호수와 반크 수도원

김창집 2023. 5. 19. 01:08

 

2023415()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로 넘어가 세반호수(Lake Sevan)로 향했다.

  세반호수는 해발 1,905m의 분지에 있는 호수로 수심이 깊은 84.6m의 주 호수와 남동쪽에 자리한 수심 39.3m의 볼쇼이 세반으로 나뉜다.

 

 

 

  면적은 1,360으로 바다가 없는 내륙국인 아르메니아인들이 아끼는 바다 같은 상징적인 호수다. 파도도 치고 갈매기가 날고, 송어 같은 많은 물고기가 있어 주변 주민들의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한다.

  아르메니아에는 많은 호수가 있지만 이 호수는 수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오염방지를 위해 많은 힘을 기울인다고 했다. 이 호수는 멀리 보이는 여러 설산에서 흘러온 물과 지하수가 용출되어 수위를 유지하는데, 라진강을 통해 아락스강과 카스피해로 흐르지만 대부분은 증발한다.

 

 

  라진강에 6개의 수력발전소가 건설되면서 수위가 낮아지기 때문에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1970년대에 아르파 강물

의 흐름을 바꾸는 49km의 터널을 만들어 물이 흘러오도록 했다.

  일행은 처음에 배를 이용해 호수를 조금 돌았는데, 너무 추워 갑판 안으로 숨어들었다. 주변 멀리 만년설이 보이는 것이 더욱 추위를 느끼게 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발 3,810m의 티티카카 호수처럼 고산병을 느끼진 않는데, 추워서인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분도 있다.

 

 

  한쪽 섬 같은 언덕에 위치한 곳에 세바나 방크 수도원 시설이 있어 배에서 내려 차를 타고 가 보았다. 874년 아쇼크 1세의 딸인 마리암 공주가 요절한 남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지어진 수도원과 교회라 전해진다.

 

 

 

산정 호수의 겨울 - 예당 조선윤

 

찬바람만 가득한 호수에

물안개 피어 나

한줄기 빛은

지난 가을의 추억으로 남기고

마른 갈댓잎 바람에 유영하며

온 몸으로 맞으며

열정으로 가득했던 지난 계절에

더워진 가슴 식히면서

긴 겨울 속에 숨어서

 

대지의 노랫소리는 눈처럼 하얗고

빛 바랜 갈색을 덮고 있는

하얀 순백색 차가움을 밟으면서

잿빛 하늘에 젖어있던 눈물이

하얗게 흩날리던 날

바람은 쉰 목소리로 흐느끼고

하늘은 하얀 솜털로 가득한데

호숫가 나루터 빈 배의 외로움을

무엇으로 달랠까

 

도란거리는 호수의 물결 소리는

슬픈 철새의 자장가처럼

쓸쓸한 품속으로 파고 들어

식어버린 가슴에 남아

마지막 잎새의 남겨진 슬픔보다

더 가슴 철렁한

불면의 밤과 싸워야 하는 하얀 밤 숨소리보다

더 고독하게 느껴지는 고요함이

겨울과 친구 되지 못한 허연 입김 속에

산정의 겨울은 깊어만 간다.

 

 

 

겨울 안개 - 목필균

    -산정호수에서-

 

 

  먹물의 농담(濃淡)을 능숙하게 펼치는 화공의 손길로 그려진 산정호수. 내 그림자를 끌고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하늘이 안개를 부르자, 안개가 산을 가두고, 산이 물길을 가두고, 물길이 호수가 되어 나를 가둔다.

 

  무성한 안개가 점령한 산, 산이 빠져든 호수, 호수가 가둔 내가 하나로 머무른다.

 

  거대한 수묵화 속에 담긴 산정호수. 그 환상 속에 내가 오늘로 서 있다.

 

 

 

암벽 위의 수도원 - 김연숙

 

이제 이 우물 다시 덮는다

오랜만에 찾아왔던 옛 우물

수요일도 버리고 목요일도 버리고

 

돌아보며 떠났던 이 깊은 거울

돌아오지 않으리 마지막 불꽃 그어

우물에 이르는 비밀지도 태워버리고

품에서 거울 꺼내 멀리 던진다

지평 저 쪽 덤불 속으로 사라지는

환상의 끝은 언제나 조용하다

어느 외딴 별 아래 태어났기에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가

다시는 찾지 않을 이 검은 우물

뚜껑 굳게 덮어버린다

 

별빛 따라 찾아가리라

암벽 위의 그 수도원

사막의 계곡 길로 베드윈이 쫒아오면

절벽과 절벽 사이 마지막

나무다리 걷어 올리던

암벽 위의 그 수도원, 탑 방에서

먼 곳의 별과 조우하리라

교감하리라

먼 그 별 향해 종탑의 종

울려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