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2005 세계 박물관 문화 박람회 (2)

김창집 2005. 8. 2. 15:40

(사)탐라문화보존회 경기 남부 답사기 ②

 


 

 

▲ 제주도에서 나들이의 어려움

 

 2박 3일의 답사 일정을 짜면서 아쉬운 것은 시간이었다. 사실이지 우리가 배나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그대로 다닐 수 있다면 1박 2일이든 당일 답사든 얼마든지 가고 싶은 곳을 맘대로 갈 수 있지만 그런 교통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시간과 비용면에서 장난이 아니다. 비행기 삯이 왕복 19만원이다 보면 여행비의 3분의 2를 차지하여 본전을 뽑는답시고 일정표가 저렇게 치열할 수밖에. 

 

 될 수만 있다면 이런 박물관은 차분하게 마음먹고 하루 종일 즐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게 아쉽다.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했지만 첫 여행지에 도착한 것이 10시 40분, 2시간을 할애해서 가고 싶은 곳만 구경하고 12시 40분에 지하 구내식당에서 모여 점심 식사하고 떠나기로 했다. 혹 줄 서서 표를 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까봐 미리 예약도 하고 점심 식사를 위해 시내로 돌아다니는 시간을 아끼려고 구내식당에 식사도 주문해놓은 상태다.    

 


 

△ 흥미로운 '이색 박물관'

 

 이색 박물관 구역으로 이동하자마자 바로 눈길을 그는 것은 요즘 한창 방영 중인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나오는 거북선과 전통 전투함이었다. 27년 동안 거북선을 연구한 김영성 씨의 작품이다. 디지털용 선박 제작자로도 유명한 김영성 씨가 거북선의 후진 원리를 재현한 길이 1.5m짜리 모형과 해상왕 장보고의 주력함선, 전라좌수사 무인 출신 전운상이 개발한 특수군선, 창선(일명 창검선) 등이 함께 전시되고 있었다. 

 

 다음 아줌마들이 많이 몰린 곳에 가보니 '세계 장신구 박물관'이다.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에티오피아의 45㎝의 대형 십자가와 고대 모로코 호박 목걸이 등 진귀한 세계의 장신구가 인기였다. 십자가는 매우 귀한 것으로 랄리벨라 지방에서 일년에 한번 Epiphany의식 때만 사용한단다. 수천만 년 된 황금색의 모로코 호박은 한때 아프리카에서 화폐 대용, 결혼의식, 지참금으로도 썼다. 


 


 

 우리나라 은행의 100년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에는 유물 1,000여 점과 우리나라 최초의 은행 회계장부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저금통 중 하나로 알려진 로마시대 움집 저금통과 루브르박물관, 2개밖에 없는 1800년대 프랑스에서 제작된 금마차 저금통 등 진귀한 저금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옆에는 조흥 금융박물관이 있어 전시된 옛날 돈을 보면서 저마다 추억에 젖기도 했다. 

 

 '영월책박물관'에서 영이와 철수가 나오는 옛 교과서를 보고 웃을 수 있고, '종이미술 박물관'에서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중 '벼타작'과 생활소품을 작품화한 뿌리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 십장생, 색실상자 등의 종이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그 외에 '철도박물관'과 담양에 있는 '한국대나무박물관'의 유물들을 더러 옮겨다 놓고 전시한 것이 기억난다.

 


 

* 정조대

 

△ 다양한 그림의 '미술관'

 

 '미술관'에서는 국내 유명 미술관들의 소장품을 기획 전시하고 있었는데, 한 전시장에서는 박수근,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있었다. 박수근 화백의 그림 중에는 과거 현대문학 삽화로 많이 보았던 컷 그림이 많았고, 김환기 화백의 작품은 문학 잡지의 표지에 등장했던 것들이 눈에 익었다. 그런데 이중섭의 작품은 기대했는데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가 하면 '시각의 전환을 요하는 중심의 힘전(展)'이라 하여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지역을 상징하고 있는 부산 시립미술관과 전북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전시립 미술관이 추천하는 지역 작가들 중심의 전시도 있었고, '물+불+공기+흙+인간전(展)'이라 하여 지구를 이루고 있는 기본 5원소를 상징하는 실험적인 작품 전시 공간이 있어 난해하지만 독특한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한중일 도예전'에는 문화적으로 유사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도예를 전시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도자기를 떠나 현대 공예품이나 미술품 개념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것들이 많아서 우리의 시야를 넓혀 주었다. 관람객이 드문 곳에서 도우미 아가씨들의 설명을 청해 들으며 감상하는 것도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시간 때문에 자세히 못 본 것들도 있고 아예 들리지 못한 곳도 있어 말 그대로 '수박 겉 핥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중간쯤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며 숨을 고르기도 하였고 좋은 것들은 디카에 담으면서 지나갔는데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유리 안에 있는 것이어서 막상 찍은 뒤 집에 와서 보았더니, 빛에 반사해 사진이 엉망이 된 것도 있었다.

 


 

▲ 나의 관심을 끌었던 곳

 

 아무튼 사람은 누구나 개성이 있어서 각자의 관심을 끄는 곳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일행 중에도 이곳에서 만나기도 하고 저곳에서 만나기도 하고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연속이었다. 그 중 나의 관심을 끌었던 곳은 '한국의 동충하초(冬蟲夏草)' 전시회였다. 강원대학교 동충하초은행이 주최하고 주식회사 머쉬텍이 협찬한 이곳에는 20년 동안 동충하초를 연구했던 성재모 교수가 찍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여러 가지 곤충에서 직접 돋은 버섯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다.


 

 다른 하나는 청곡실업에서 전시한 나무화석 전시관이었다. 생물체가 퇴적암 속에 묻혀있는 동안 규산(SiO2)이 목질에 침투되어 굳어져 만들어진 화석인 규화목을 가지고 여러 가지 장식품이나 생활용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거대한 고래뼈 화석도 있었고, 정원석이나 수석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다.   


 


 

 마지막 나오기 직전에 들른 커다란 전시장에는 '루브르 박물관의 아뜰리에 조각전', '동판화전', '피카소 판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루브르 조각 아뜰리에는 프랑스 국가 소장 예술품을 복원, 복제하여 보급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곳인데 '사모트라스 승리의 여신상', '지옥의 문'에 있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밀로의 '비너스' 등 34점의 조각이 전시되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1만4천 점의 오리지널 동판을 보유하고 있다. RMN에서 제작되는 동판화는 루브르 박물관의 원작 판화를 이용하여 사람이 직접 수작업으로 찍어낸 것인데, '비너스의 탄생', '모나리자' 등 32점과 99점의 피카소 볼라르 판화가 전시되었다. 피카소 판화에서는 사랑과 성, 욕망이라는 그의 예술 도처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주제를 살펴볼 수 있었다.

 


 

△ 50여 개국 400여 개 박물관 및 미술관 참가

 

 이번 2005 세계 박물관 문화 박람회는 실행위원회를 조직하고 분당자연박물관의 신을식 관장을 실행위원장으로 하여 국내의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 또는 전시장을 가진 단체와 해외의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을 대상으로 박람회의 취지를 알리고 권유하여 참가한 단체들의 유물과 미술품을 전시한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는 과학 기술부, 외교 통상부, 문화관광부, 서울특별시, 경기도, 고양시, (사)한국박물관협회 같은 단체의 후원을 받았고, 해외로는 대사관 위주로 홍보를 하여 가나 대사관, 과테말라 대사관, 그리스 대사관, 러시아 대사관, 스페인 대사관, 이스라엘 대사관, 인도네시아 대사관, 칠레 대사관, 터키 대사관, 파나마 대사관, 페루 대사관, 필리핀 대사관, 파키스탄 대사관, 대만관광청, 태국관광청, 이스라엘 문화원, 프랑스 국립박물관 연합(RMN) 등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박람회에는 세계 22개국 110여 개의 박물관, 미술관, 단체가 참가했다고 한다. 그 외로도 고고, 인류, 종교, 미술, 지구, 환경 등 분야별 세미나와 2∼3세 재외동포를 위한 안보 관광 캠프도 행해진다. 이번 이 행사를 갖게 된 것은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대회인 서울 세계 박물관대회가 아시아 최초로 열린 것에 착안하여 이런 세계 규모의 박물관 박람회를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저러나 이런 원대한 포부를 갖고 준비한 행사에 대전 엑스포 때처럼 전시장마다 관람객이 꽉꽉 들이 차 차례를 기다리는 행렬로 만원을 이루어야 하는데, 홍보 부족인지 방학중임에도 불구하고 손님 너무 없어 썰렁했다. 걱정을 하면서 나와 지하에 마련돼 있는 구내식당에서 5000원 주고 접시에 떠주는 반찬 서너 가지를 큰그릇에 넣어 가볍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 Natasha Dance - Chris de Burgh


'국내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융건릉(隆健陵)과 용주사(龍珠寺)  (0) 2005.08.06
행주산성과 수원화성  (0) 2005.08.04
2005 세계 박물관 문화 박람회 (1)  (0) 2005.08.01
사흘 간의 답사 나들이  (0) 2005.07.29
35년만의 나들이(완)  (0) 200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