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상상 - 기메전'을 보고
* 발지전 - 굿 하는 제청에다 진열하는 기메
▲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 전시회
어렸을 때 신비스러우면서도 무서움의 대상이었던 것들이, 어른이 된 지금은 무한의 상상력을 동원하게 하는 예술품으로 보였다면 비약(飛躍)일까?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기 때문에 넋 들인다고 저고리와 함께 흔들어 언뜻언뜻 보이던 신칼 끝에 매달린 허연 것의 정체. 조금 더 자라서 신당(神堂)에 매달아 놓은 지전(紙錢)을 가지고 연을 만들고 실은 가져다 풀어서 마련한 연줄로 하늘높이 날렸던 것은 지금 생각하면, 그 지전(紙錢)과 실을 걸고 소원을 빈 사람의 뜻을 하늘로 전달했던 일이 아니었는지?
* 영혼기 - 영혼을 상징하는 기메
지난 금요일(10/21) 6시. 그렇지 않아도 안내장을 받고 가보려 마음 먹었는데, 민예총 간사로부터 전화까지 받았기 때문에 서둘러 사라봉 입구에 있는 제주시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으로 차를 몰았다. '기메'는 '굿이 행해지는 제청의 제상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창호지나 백지, 색종이 등을 오려 걸어 놓거나, 잎이 달린 대나무에 묶어 세워 놓은 것들을 총칭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자세하게 본 적이 없는 터라 도착할 때까지 상상의 나래를 폈다.
▲ 제주전통문화의 정수(精髓)
몇 분의 인사를 받으며 먼저 전시장을 둘러 보라는 권유를 받고 들어서려는 순간 강하지는 않았지만 머리털이 약간 곤두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용이 그려진 칠머리당 기(旗)와 용왕기가 걸려 있고, 그 안쪽에 남자무당과 여자무당의 복장, 그리고 세밀하게 만든 여러 가지 기메들을 벽에 붙이거나 메달아 놓고 전시를 하고 있었다. 얼마든지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안내자의 허락에 디카를 +1.5로 넣고 천천히 찍었다. 몇 장을 찍더라도 그냥 플래시를 넣어 제대로 찍을 것을….
* 허맹이 - 허맹이 문서(전혀 실효가 없는 문서)라는 말을 낳은 기메
삶과 죽음이 만나는 장소를 장식하는 기메가 신비스러우면서 무척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종류가 다양하여 전국 어디서도 이렇게 자세하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그렇다면 충분히 제주전통문화의 정수라고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나중 뒤풀이 때 제주 첫 굿 박사인 현용준 교수와 두 번째 박사인 문무병 선생의 얘기로도 그럴 만하다고 추켜세웠다. 이 전시회는 제주민예총과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 제주 칠머리당굿보존회가 함께 마련한 것으로 11월 5일까지 계속된다.
* 살장 - 신의 좌정처를 엄숙하게 가이는 창살(문)
▲ 제주 굿과 의식에 등장하는 기메
현실
세계가 아니고 신(神)을 모시는 의식은 정성스럽고 경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을 모시는 집이라는 표시부터 강림(降臨)하는 길과
좌정(坐定)할 자리의 장식, 분위기를 돋울 장식인 기메야 말로 가장 신성스러운 매개체가 아닐까? 그러기에, 심방(무당)은 굿을 위하여 기메를
정성스럽게 만들면서 경건한 마음을 그곳에 담는다.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기메가 사라지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는
것이 칠머리당굿보존회 김윤수 회장의 말이다.
* 기메 옆에서 노래와 춤이 완전하게 어울린 '신명'을 설명하는 문무병 굿 박사
전시된 작품을 들여다보면 신의 좌정처를 가리는 창살인 '살장', 영혼을 상징하는 기살장의 '영혼기', 저승차사를 상징하는 기인 '차사기', 일만팔천신을 상징하는 기메인 '살전지', 굿하는 집을 신에게 알리는 '군문기', 열시왕을 상징하는 '시왕기', 시왕에 따르는 명감을 상징하는 '명감기' 등이다. 이를 분류하면 신에게 헌납하는 지전류, 제청을 장식하는 장식물류, 신의 장신구류, 신체(神體)를 상징하는 기메류로 나눌 수 있겠다.
* 동이풀이의 원형 동이를 닮은 형체에 옷을 입힌 동이
▲ 전시회 기념으로 마련한 굿
'동이풀이'
'동이풀이' 굿은 김윤수 심방의 집전으로 제주시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행해졌다. 굿 중에는
조상의 맺힌 한을 풀어주는 '조상본풀이'가 있다. '동이풀이'는 조상본풀이의 하나인 '고전적 본풀이'인 양씨아미 본풀이에 나오는 동이처럼 뱀처럼
사려 앉아 죽은 아기씨의 혼령을 위무(慰撫)한다는 '석살림굿'이다. '석살림굿'은 큰굿의 한 석(석:마당)이 끝날 때마다 집안의 조상신을 놀리고
맺힌 것을 풀어주는 일종의 해원굿이다.
* 동이를 물고 춤을 추려는 김윤수 심방
기메전의 전형을 보여주듯 엄숙하고 아름답게 꾸민
제청(祭廳)에서 제주 굿 박사 1, 2호인 현용준, 문무병 선생과 많은 카메라맨들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되었다. 거만한 고전적을 나타내는
표상인 삶은 닭의 자세가 너무 우스꽝스러워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느라 혼났다. 굿 도중에 꿀 바른 오물떡을 권하기에 1만원 인정 걸고 먹었다.
동이풀이는 고전적의 따님아기를 동이처럼 만들고 치마 저고리를 입힌 것을 물고 추는 춤을 보고하는 말이다.
전시회에 모두 한번씩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 정성스럽게 만든 기메인 살장을 펴고 진설한 굿상
♬ 회심곡 - 부모님 은혜 - 김영임 唱
'향토문화 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민속 신앙 유적을 찾아 (0) | 2005.12.19 |
---|---|
마라도에 부는 바람 (0) | 2005.11.20 |
대폭발 천년 후의 비양도를 가다 (0) | 2005.09.27 |
금기에 담겨진 생활의 지혜 (0) | 2005.09.20 |
조냥 정신(精神) (0) | 2005.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