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한라산의 꽃

애기나리 꽃을 들여다보면

김창집 2006. 6. 2. 01:35

 

 

♧ 작은 것의 아름다움

 

 누군가 꽃을 우주에 비유했습니다. 아무리 작아도 그 안에는 음양의 조화가 있고, 그들만이 갖는 개성과 아름다움이 갖춰진 소우주라는 겁니다. 그러나, 인간의 눈으로 살필 수 있는 커다란 꽃은 경우에 따라서 불균형이 눈에 띄고,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통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감춰진 매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속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작은 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일본에서 휴대품을 축소지향적으로 만들면서 한 말인 줄 알고 있습니다만 어린애가 귀엽듯이 아무래도 작은 것이 앙증스러운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말 같아요. 일본에서는 희귀하거나 아름다운 들꽃을 축소해서 작은 화분에 넣어 판지 오래 되었습니다. 동경 긴자 거리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초밥집 지하에서 만난 범부채와 큐슈 조그만 꽃가게에서 만난 해오라비난초는 들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 애기나리는 결코 화려한 꽃은 아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음사 야영장에서 한라산 정상에 이르는 코스 중 탐라계곡을 넘어서 숲길 양옆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냥 풀처럼 보이는 이 애기나리가 많은데, 지금 꽃이 있을 때 보면 그런 대로 꽃다운 구색을 갖췄지만, 지고 나면 보잘 것 없는 그냥 풀입니다. 김춘수 선생의 '꽃'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앞의 얘기가 바로 그런 뜻입니다. 풀꽃은 피었을 때라야 비로소 그 존재가 드러난다는 의미죠.       

 

 

 

♧ 애기나리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숲 속에서 자란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퍼지고, 줄기는 곧게 서며 가지가 없거나 1∼2개 갈라지고 높이가 15∼40cm이며 밑 부분이 3∼4개의 잎집 모양 잎에 둘러싸인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 4∼7cm의 달걀 모양 또는 긴 타원 모양이며 끝이 뾰족하고 밑 부분이 둥글며,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미세한 돌기가 있으며, 양면에 털이 없고, 잎자루가 없다.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피고 줄기 끝에 1∼2개가 밑을 향해 달린다. 작은꽃자루는 길이가 1∼2cm이고, 꽃잎은 6개이며 비스듬히 퍼지고 길이 12∼16mm의 바소꼴이며 끝이 뾰족하다. 수술은 6개이고, 수술대는 꽃밥 길이의 2배이며, 꽃밥은 긴 타원 모양이다. 암술대는 끝이 3개로 갈라지고, 씨방은 달걀 모양이며 3실이고 암술대보다 길다. 열매는 장과이고 둥글며 검은 색으로 익는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보주초(寶珠草)라는 약재로 쓰는데, 몸이 허약해서 일어나는 해소, 천식에 효과가 있고, 건위, 소화 작용을 한다. 우리나라 경기, 강원이남,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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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냉면' 왼쪽 '새로나 문구' 오른쪽
  '희망꽃집'을 말할 때는 희망을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
  1.5평 안에 사는 희망을 안다고 얘기하지 마세요
  다른 꽃집들처럼 장미, 안개꽃, 후레지아, 국화, 카네이션 같은 것들만 있다고 상상하지 마세요
  혹시 금강애기나리나 참나리난초 같은 꽃들과 만나게 될 지 모르잖아요
  혹시 그 위로 날아다니는 호랑나비, 그 황홀한 무늬의 반짝임을 구경할 지도 모르잖아요
  나비를 쫓아 달리다 보면 당신은 푸른 들판 위로 드러누운 뭉게구름이 되고, 그 구름을 타고 올라가는 칡덩굴이 될 지도 모르잖아요
  희망이란 말이 조금씩 자라서 당신은 페루 안데스산맥 위를 비행하는 콘도르가 되고,
  그 독수리의 뼈를 예리하게 다듬어 산포니아라는 피리를 만들어 부는 인디오가 될 지도 모르잖아요
  1.5평 짜리 '희망꽃집'의 희망에 대해 함부로 안다고 자만하지 마세요

 

                                                     강순

 

 

 

♧ 유월의 숲

 

 

흙빛 산마루 위로
무성한 푸른 깃발을 흔든다
골짝마다 메우는
새 생명의 끝없는 함성

 

푸르른 눈부심으로
파도처럼 밀려와
헐벗은 가슴 씻어내는
유월.

 

풀내음 청청한
기억의 옷을 입히고
한없는 짙은 강이 되어 흐른다.

 

골짜기마다
푸른 파도 일렁이는
찬란한 넋들의 춤

 

                                   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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