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한라산의 꽃

한라산 고지대의 설앵초

김창집 2006. 6. 1. 07:15

 

 

♧ 6월의 첫날을 맞으며

 

 마냥 들뜨고 불안정하던 지방선거도 이제 끝나고 열정의 달 6월이 되었습니다. 그간 제 불로그를 찾아 주신 여러분의 가정에 항상 웃음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어제 가본 산에는 나뭇잎이 다 자라 온 산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입은 짧은 팔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아이들도 자연스레 하복으로 갈아입은 지 벌써 오래 전 일이 돼버렸습니다. 한라산에서 저 설앵초를 찍은 것이 오늘은 지난달이 돼버렸네요.

 

 앞 다투어 피던 꽃들도 이제는 초록 잎에 묻히고 그 자취는 열매가 되어 하루가 다르게 영글어 갈 것입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꽃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그 동안 찍었는데도 올릴 시기를 놓치고 비축해 두었던 꽃을 올려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매일 매일 올렸던 꽃들을 되돌아보며, 봄부터 치열하게 날짜가 흘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제는 화단에 핀 꽃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자연에만 몰두하게 돼버렸습니다. 독자님의 6월은 보람 있는 날로만 이어지기를--. 


 

 

 

♧ 설앵초 

 

 쌍떡잎식물 앵초목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고산지대의 바위틈에서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고 15cm정도이다. 잎은 뿌리에서 돋아서 비스듬히 퍼지고 넓은 달걀 모양이며 갑자기 좁아져서 잎자루의 날개가 된다. 또한 가장자리는 뒤로 말리는 것도 있고 둔한 톱니가 있으며 뒷면이 황색 가루로 덮인다. 꽃은 엷은 자주색으로 5∼6월에 피고 뿌리에서 자란 긴 꽃줄기 끝에 우산 모양으로 달린다.

 

 작은 꽃줄기는 꽃이 필 때는 길이 1.5 cm 정도로 털이 없고 꽃이 진 다음 다시 자란다. 포는 선형이고 꽃받침통은 중앙까지 5개로 갈라진다. 수술은 5개, 암술 1개이다. 화관은 홍자색이고 지름 10∼14 mm로서 5개로 갈라져서 수평으로 퍼지며 끝이 파진다. 열매는 8월에 결실하며 삭과(殼果)로 원주형이며 끝이 5개로 갈라진다. 한국, 일본, 사할린에 분포한다.

 

 

 

 

♧ 설앵초

 

그리움이라 해야 하나
수줍어서 말을 못하겠다
잔설을 녹인
앙증맞은 앵두빛 가슴앓이
망막을 거슬러 한 천년쯤
저 편 아득한 기억
단칸방 서늘한 이불
불지피던
아, 설레어서 도무지
무슨 말을 못하겠다

 

                                   양전형

 

 


♧ 벼랑 능선 3

 

 

 억새꽃들이 연자주빛을 은빛으로 바꾸려고 따가운 햇빛을 기다리는군요, 풍혈 속에서 기어 나와 우리도 속속들이 냉기를 말리고 고원에 얼굴을 내밀어 볼까요, 나긋나긋 바람에 흔들리는 설앵초, 어디서나 새색시 찾는 개족두리, 엉겅퀴, 솔나리, 눈물 붙인 을식이, 개마고원 평식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이름들을 더듬어 고원에 가라앉혀 눈빛이라도 부드러워지겠지요, 그 눈빛으로 산오이풀을 산오이풀, 산늪을 산늪으로 볼 수 있다면 행적 없는 우리 삶 깊은 곳에 짓밟힌 은빛 한 가닥쯤 스쳐 볼 순 있겠지요,

 

자, 가시죠
벼랑 위에서
벼랑 위에로
능선길 트면서

 

                          신대철


 

♬ Stay with e till the morning - Dana Wi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