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종의 쥐손이풀과 꽃들
쌍떡잎식물 쥐손이풀목의 쥐손이풀과(geranium family) 식물들은 전 세계에 약 11속 750종이 있다고 한다. 주로 온대와 아열대 지방에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만도 2속 14종이 자란다 하나 많은 교잡종이 더 생겨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하다. 대부분 초본이고 드물게 관목도 있고, 공통점은 잎이 어긋나거나 마주나고 턱잎이 있으며, 가장자리는 톱니가 있거나 갈라지고 드물게 밋밋하다.
8월에 손님들과 한라산의 식물상을 살피러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틈틈이 모아 놓은 꽃들을 내 보낸다. 꽃들은 이름도 많고 변이된 것도 많아 함부로 이름 붙이기가 그렇다. 꽃은 양성화이고 대개 방사상칭이었으며 잎겨드랑이에 1∼2개 또는 많은 수가 달린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각 4∼5개이고 대개 기와 모양으로 배열된다.
이런 꽃들의 이름은 둘로 나뉘는데 '쥐손이풀'과 '이질풀'이다. 약효도 그렇고 모습도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쉽게 나눴는지 도무지 알쏭달쏭하다. 그만큼 교잡종이 생겨났다고나 할까? 이질풀은 설사병에 특효가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5대 민간 영약(靈藥)의 하나로 친다. 꽃이 필 무렵 풀 전체를 채취해서 말린 것을 현초라고 하는데, 탄닌과 푸로신 등이 들어 있어, 위장복통, 변비, 종기, 감기, 피부병 등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 추석 뒷날의 달맞이
어제 떠오르는 달을 바라본 사람이면 왜 보름달이 완전히 둥글지 못하고 조금 부족한 모습일까 의아해 했을 것이다. 달의 떠오를 때의 모습으로만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보름달보다 열엿새 달이 더 둥근 모습을 한다고 한다. 경도상으로 우리가 달을 먼저 맞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보고 있으며, 그러기에 다음날 달이 뜰 때가 전날보다 만월(滿月)에 더 가까운 달을 살필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오름오름회에서는 오랫동안 추석 이튿날 다랑쉬오름에 올라 달맞이를 하고 있다. 오후 3시에 출발하여 오름의 들꽃들을 즐겨 본 다음, 명절 때 남은 음식을 조금 가지고 가 간식을 즐기며 달을 맞아 소원을 비는 것이다. 지금쯤 다랑쉬오름에는 이 같은 쥐손이풀과의 꽃들은 물론 구름체꽃이나 절굿대, 꽃며느리밥풀꽃 등이 그 자태를 자랑하고 있으리라.
♧ 들꽃 세상 - 박종영
길을 가다가
들꽃 한 송이에게 말을 건넨다
그럴 때마다 엿보며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꽃의 웃음이
더 요염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먼저 탐하고 싶은,
뒤바뀐 탐닉이 허튼 짓거리로 들키면서
마음을 접으니 간사한 마음이
부끄러움을 탄다
과연 한 개의 들꽃으로도 진한 가을을
안아볼 수 있을까 싶어
모두가 귀한 꽃으로 성장한 후에 반기는
저, 그리운 웃음소리가 옹골지다
늦가을 풀숲에서는 아직도
들꽃의 향기로 낯선 사람의 가슴마다
난장(亂場)이 선다
♧ 이름 모를 꽃 - 김영천
어떤 것들은 서둘러 붉게 물들고
어떤 것들은 아직도 머뭇거리는 숲 속을
다만 한 두어 송이 외롭게 핀
보랏빛 꽃을 두고
그대여, 무슨 꽃이냐고 묻는다만
나더러 그 슬픔을 어찌 다 말로 하라는가?
차가운 바람이나 깜깜한 어둠을
수없이 견디어내면서도
제 해묵은 아픔은 참지 못해
톡, 터치는 눈물을
나는 차마 답하지 못하고
묵묵히 돌아선다
그대는 문득 그 곁으로
이제는 또 무슨 꽃으로 피어나려는가
어떤 아픔을 톡, 터치려는가
한 자락 바람으로나 종종거리며
앉는 것이지만
늘 잊혀진 애련한 이름처럼
더듬더음 천 길 기억 속으로
뿌리 깊이 뻗어내면서
내게 꽃은 늘 난데없어
슬프다
♧ 이름 모를 꽃? - 노혜경
그렇게 간단히
이름 모를 꽃이라 불릴 줄은 몰랐죠
나를 꺾어 향기에 취하고
아름답다고 말했을 때
믿었죠, 그대 날 안다고
팔 안에 안았던 세계
뿌리가 만난 흙의 다정함
내가 피어 있던 산길을
밝고 간 사람들
난 알고 있죠 그 모습들
짧은 만남의 뒷모습들
그대 내 눈 들여다볼 때
속삭였잖아요 그 길의 소중함을
난 세상에서 한 송이밖에 없는 꽃
마땅히 불릴 단 하나의 이름.
♬ 꽃 -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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