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름, 지난 일요일 꾀꼬리오름에서 만났는데 저걸 찍으려고 꾸지뽕나무의 가시에 많이 찔렸다.
고향엔 잘 도착하셨나요?
총각 시절, 추석 전날 막차에서 고생했던 생각이 납니다.
어김없이 추석의 날이 밝아옵니다.
비록 준비한 건 초라하더라도
모자란 부분을 마음으로 채우는 추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올릴까 생각하다가 요즘 만났던 열매를 몇 개 모아
덜 익은 부분도 있지만 저의 정성으로 올립니다.
* 범부채 열매, 29일 어린 나이에 간 외사촌 동생의 1주기 불공, 처음 간 절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 추석에 고향에서 - 이승복
백여 폭 병풍으로 산들이
들러리 서고 꽹과리 장구의
신명난 풍물장단에 웃음꽃
피우며 손들을 잡았다
한가위 만월을 감나무 가지에
걸어놓고 일상의 등짐을 털고서
놀았던 춤사위
신명난 어깨춤으로 모두들
더덩실 춤을 춘다
고향이 타향이 된 이들이
고향이 객지가 된 이들이
한 옛날 맴돌던 언저리서
술잔에 푸념을 타 마시며
잔을 돌린다
어색한 서울 말투가 낯설게
톡톡 튄다 '치워라 귀 간지럽다'
잊을 만하면 불나비 되어
고향지기를 찾아와 몸을 태운다
재가되는 몸들이 벌겋게 변하다가
달빛 흠뻑 먹어 하얗게 익어간다
고향을 떠난 이는
떠돌아서 외톨이라 하고
남은 이는 혼자여서 서럽단다
정들면 어디든 고향이라지만
미물도 수구초심이라는데
못내 가슴에 고향을 키우는 연어도
선영하(先瑩下) 어버이 발끝에 앉아
눈에다 고향을 담는다
고향을 가슴에 심는다.
* 누리장나무 열매, 꼭 진주 같은 이 녀석은 지난 일요일 소록산 가는 길에서 만났다.
○ 추석달을 보며 - 문정희
그대 안에는
아무래도 옛날 우리 어머니가
장독대에 떠놓았던 정한수 속의
그 맑은 신이 살고 있나 보다.
지난 여름 모진 홍수와
지난 봄의 온갖 가시덤불 속에서도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으로
떠올랐구나.
사발마다 가득히 채운 향기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빌던 말씀
참으로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우리들의 살결로 살아났구나.
모든 산맥이 조용히 힘줄을 세우는
오늘은 한가윗날.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가혹한 짐승의 소리로
녹슨 양철처럼 구겨 버린
북쪽의 달, 남쪽의 달
이제는 제발
크고 둥근 하나로 띄워 놓고
나의 추석달은
백동전 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며
밤 깊도록 그리운 얘기를 나누고 싶다.
* 까마귀밥나무 열매, 4일 퇴근길에 냇가에서 만났다.
○ 한가위 보름달 - 김선태
한가위 보름달 떴다
어린 시절로 돌아온 듯 뒷동산에 올라
'동무들아 나오너라 달마중 가자' 외쳤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다
밤이 흥청 깨어지도록 즐겁게 뛰놀던 기억의 자리에
낯선 무덤들이 여럿 웅크리고 있다
꽉 찬 보름달 텅 빈 뒷동산
내려오는 길목 늘어선 빈집들에는
어둠만 무겁게 도사리고 있을 뿐
아무도 살지 않았다
추억은 오래 전 뿔뿔이 쫓겨갔다
쫓겨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 꾸지뽕나무 열매, 지난 일요일 꾀꼬리오름에서 으름이랑 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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