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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필균 선생의 가을 시편과 유홍초와
첫 시간 수업이 없어 오늘 아침 조금 늦게 가는데
영평 하동 골목 어귀를 벌겋게 물들이고 있는 유홍초를 만났다.
사실 이 꽃은 외래종이라고 이곳저곳에 만났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꽃이다.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우리 산야에 야금야금 퍼져간다.
여름방학 중에 지나다 보니까 이곳에 유홍초가 붉게 피어 있어 관심을 가졌는데
방학이 끝나고 보니까 제초제로 모두 잠재워버렸다.
그 후 한달 보름만에 다시 살아나 이만큼 벌어진 것을 보면
목숨이 질겨 얼마 없어 산에 들에 온천지가 이것으로 덮일까 두렵다.
하지만 오늘 찬찬히 보니 꽃이 앙증스러우면서도 정열적이다.
그래서 평소 자주 찾아 읽는 목필균 선생의 가을시편과 함께 내보낸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꽃의 색을 닮아 열정적인 삶을 사시길….
♣ 둥근잎유홍초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능조라라고도 한다. 열대 아메리카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덩굴은 나팔꽃처럼 자라면서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 길이는 3m 내외이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며 심장 모양 원형이다. 잎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며 밑부분의 양쪽 끝이 뾰족한 각으로 된다.
꽃은 8∼9월에 피고 노란빛을 띤 홍색이며 긴 꽃대 끝에 3∼5개씩 달린다. 꽃은 나팔꽃을 축소시킨 것과 같은 모양이고 꽃받침과 수술은 각각 5개씩이며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삭과로 둥글고 9월에 익으며 꽃받침이 남아 있다. 유홍초와 비슷하지만 잎이 갈라지지 않는다. (네이버에서)
♣ 10월 어느 날 - 목필균
세월은 내게 묻는다
사랑을 믿느냐고
뜨거웠던 커피가 담긴 찻잔처럼
뜨거웠던 기억이 담긴 내게 묻는다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렌지 위에 찻물로 끓는 밤
빗소리는 어둠을 더 짙게 덮고 있다
창 밖에 서성이는 가을이 묻는다
지난 여름을 믿느냐고
김삿갓 계곡을 따라가던 물봉숭아
꽃 잎새 지금쯤 다 졌을 텐데
식어진 사랑도
지난 여름도
묻는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기울어진 가을 밤
부질없는 그리움이
째각째각 초침소리를 따라간다
♣ 고향의 가을 - 목필균
용인군 원삼면 두창리
어머니, 아버지 산소 아래
산밭 육백 평
늙은 호박 여러 개
아직도 탯줄 끊지 못하고
돌아누워 있고
들깨알 까맣게 여물어가며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인지
또랑또랑한
산밤알 굴러 떨어진 밭에서
주먹만한 고구마 캐는
동생 부부의 푸짐한 웃음소리가
씨 뿌리는 봄에도
손길 바쁜 여름에도
오지 않던 누이에게
푸짐한 가을걷이를
나누어준다
♣ 가을 편지 - 목필균
풀숲 귀뚜라미가
바람을 굴려 짜고 있는 가을
한 해의 내리막길
가파르기만 하다
한여름을 앓고 난
병약한 몸에 입혀진 긴소매
달려가는 시간을 붙잡는다
강변에 풀어놓은 코스모스
흔들리는 네가 나인 것을
깊어 가는 상심의 음계 밟으며
편지를 쓴다
무수하게 꾸겨진 채로
휴지통에 버려지는
수취인 불명의 편지들
♣ 가을 그리기 - 목필균
지금 나무 하나
말없이 붉은 노을이 된다
지상으로 곧게 세운 옹이진 기둥
나이만큼 테를 두르고
하늘 향해 잔가지를 친다
무수한 잎새 아직 떨구지 않게
붓끝으로 채워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일고
옷고름 풀어지고
엎질러진 다홍 물감
지상에 뿌려질 마지막 편지
어둠에 기울어지는 노을도
정물로 서 있는 나무도
바라보는 나도
바람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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