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하찮은 것과 쥐꼬리망초꽃

김창집 2006. 10. 26. 11:41

 

♧ 넉넉한 어머님의 마음처럼 끝난 행사 


어제는 하루 종일 바빴습니다. 어머님 산소에 다녀온 뒤 열심히 제상(祭床)을 차리고 조문 손님을 모셨습니다. 이제는 소기(소상)를 치르는 대신 야제(夜祭)로 하라는 의례 준칙 때문에 친척 위주의 행사로 전략해버리고 말았습니다만, 자식 된 도리로 그냥 제사 지내듯 하는 것이 싫어서 하루 종일 상위에 놓인 어머님 사진을 바라보며 이별 연습을 하였습니다.


연가를 냈기 때문에 학교에서 다 알아버려서 교장, 교감을 비롯한 대표 선생님들, 별실로 된 같은 교무실 식구들, 국어과 선생님들과 가까운 선생님들이 방문해 주셨고, 처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그런 대표 되는 분들이 오셨습니다. 그 외에도 평소 가까이 지내는 분들과 초상 때 몰라서 못 왔던 분들이 오셔서 위로를 해주셨죠. 물론 오고 싶었지만 룰은 지켜야 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위로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멀리 일본에서 오신 이모님과 이종사촌, 대구에서 내려온 처형과 부산에서 온 누이와 매부, 서울에서 내려온 아들딸 등 모두 수고했으며, 끝까지 남아 일을 무사히 마쳐준 친척들의 노고야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이제 어머님 제사는 막내 동생이 맡기로 했기 때문에 사진까지 들려 보냈습니다. 그래 이제 차차 잊어지겠지만 마음에 남아 어느 날 문득문득 생각이 나겠죠.       


‘망초’라면 ‘어느 해 갑자기 나타나 밭이든 논이든 뒤덮어버려 농사를 망쳐 놓는 풀’이란 뜻으로 붙인 이름이겠죠. 그래서 그런지 아주 다른 종자들이 있습니다. 망초, 큰망초, 실망초, 개망초, 주걱개망초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이라면 이 쥐꼬리망초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쥐꼬리망초과의 한해살이풀로 아주 다릅니다. 우리는 흔히 ‘작은 것’ 또는 ‘하찮은 것’을 쥐꼬리로 비유합니다만 그래도 이 풀은 쓰임새가 많군요. 좋은 오후 보내시기 바랍니다.

 

 

♧ 쥐꼬리망초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쥐꼬리망초과의 한해살이풀로 산기슭이나 길가에서 자란다. 줄기는 밑 부분이 옆으로 자라고 윗부분이 곧게 서며 높이가 10∼40cm이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마디가 굵고 단면은 사각형이며 잔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고 타원 모양의 바소꼴이며 길이가 2∼4cm이고 양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잎자루는 길이가 5∼15mm이다.


꽃은 7∼9월에 피고 줄기와 가지 끝에 길이 2∼5cm의 수상꽃차례를 이루며 빽빽이 달린다. 포와 작은포, 그리고 꽃받침조각은 좁은 바소꼴이고 가장자리가 막질(膜質: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이며 가장자리에 털이 있다. 화관은 입술 모양이고 꽃받침보다 길며 흰색이고, 아랫입술은 3개로 갈라지며 안쪽에 흰색 또는 연한 붉은 색 바탕에 붉은 반점이 있다.


수술은 2개이다. 열매는 삭과이고 2개로 갈라지며, 종자는 4개이고 잔주름이 있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 전체를 약재로 쓰는데, 감기로 인한 발열, 해수, 인후통에 효과가 있고, 신우신염, 간염, 간경화, 타박상, 종기, 이질에 사용하며, 근육과 뼈의 동통을 제거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전 지역에 분포한다. (네이버 백과)


 

♧ 그 작고 하찮은 것들 - 안도현


버스를 기다려 본 사람은

주변의 아주 보잘 것 없는 것들을 기억한다


그런 사람들은 시골 차부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세월의 빗물에 젖어

누렇게 빛이 바랜 버스 운행 시간표를 안다


때가 꼬질꼬질한 버스 좌석 덮개에다

자기의 호출번호를 적어놓고

애인을 구하고 싶어 하는 소년들의 풋내 나는 마음도 안다


그런 사람은 저물 무렵 주변의 나무들이 밤을 맞기 위해

어떤 빛깔의 옷으로 갈아입는지도

낮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저녁연기가 어떻게 마을을 감싸는지도 안다


그리고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버스는

천천히 오거나 늦는다는 것도 안다


작고 하찮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가슴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 안도현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올 때가 있네


도꼬마리의 까실까실한 씨앗이라든가

내 겨드랑이에 슬쩍 닿는 민석이의 손가락이라든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를 찾아와서 나를 갈아엎는

치통이라든가

귀틀집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라든가

수업 끝난 오후의 자장면 냄새 같은 거


내 몸에 들어와서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마구 양푼 같은 내 가슴을 긁어댈 때가 있네


사내도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네

고대광실 구름 같은 집이 아니라

구름 위에 실컷 웅크리고 있다가

때가 오면 천하를 때릴 천둥 번개 소리가 아니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오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서러워져

소주 한 잔 마시러 가네


소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이 저의 감옥인 줄도 모르고

내 몸에 들어와서

나를 뜨겁게 껴안을 때가 있네

 

 

♧ 어느 하찮은 것들에 대하여 - 원태연


나는 그런 것들을 기억하는 버릇이 있다

무엇무엇 따위의

하찮은 것들

그 가치가

보잘 것이라고는 없기에

아무도

그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해 주지 않는

그런 것들을

나는 꾸준히 기억하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 감사함의 표시로

한시도 날

떠나 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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