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남해 금산 답사기 (1)

김창집 2004. 7. 20. 10:51

j

* 어디서 나타났는지 정체 모를 구름

 

♣ 둥둥 떠있는 게 어디 구름뿐이랴

 

 설레기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방학을 앞두고 학기말 시험이 끝나 정답과 점수 확인을 끝낸 터라 부풀어오를 대로 부풀어오른 그들에게 수업을 다시 하자고 하는 말은 꺼낼 수조차 없었다. 그것이 나까지 더욱 들뜨게 만들었다.

 

 생각하면 얼마만의 뭍 나들이인가? 일상의 속박을 벗어버리고 혼자가 되어 훨훨 날아보는 것은 여행에서 새로운 견문을 넓히는 것 못지 않게 값진 일일 것이다. 돌아올 때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새로운 에너지를 가득 충전시켜 가뿐하게 돌아오리라.


 

j

* 그날 학교 교실에서 본 한라산과 구름의 만남

 

 그 때 창문 너머로 희고 이상하게 생긴 무엇이 둥둥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내 마음 한 조각, 아니 내 몸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던 자유에 대한 갈망의 뭉텅이었다. 그것은 벌써 하늘에 떠 있다가 내 눈에 비치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사는 데 바빠 그런 것을 볼 여유 없이 지내왔다.

 

 앞으로 정확히 2시간 후면 공항에서 탑승권에 새로 찍힌 선명한 마일리지 숫자를 보며 다시 한 번 해외로 탈출하는 꿈을 꾸고 있을 설레는 나의 모습이 얼핏 떠오른다.


 

j

* 비행기에서 바라본 한라산에서부터 바다로 흐르는 구름

 

♣ 비행기에서 보는 구름 쇼

 

 구름처럼 사람의 마음을 띄워주는 것이 또 있을까?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교실은 중산간에 위치해 있으면서 한라산이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기에 사철 변하는 한라산의 모습을 살필 수 있고, 그 위를 장식하는 구름과 마주하게 된다.

 

 드넓은 태평양이 피워 올린 구름은 유유히 하늘을 떠돌다가 우뚝 솟은 1,950m의 한라산 봉우리에 걸려 어떤 때는 며칠 동안 영봉(靈峰)을 감싸 안기도 한다. 산과 구름이 얼려 빚어내는 그림은 무궁무진하다. 어떤 때는 서로가 열심히 애무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j

* 비행기에서 찍은 일몰

 

 나중에 특A석이라고 우스개를 했지만 50A 좌석은 명당이었다. 비행기가 이룩하는 순간부터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모습은 쉽게 접할 수 없는 풍광이었다. 한라산으로부터 흘러내린 구름이 대지 위를 거쳐 바다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해가 수평선에 닿기 전 구름 속으로 마지막 빛을 발할 때는 구름의 빛이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그 속에서 다도해(多島海)의 크고 작은 섬과 구름의 애무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구름 속을 헤매다 맞은 사천 공항의 잔디는 얼마나 푸르고 싱싱했는지?


j

* 거문도와 구름의 애무 장면

 

♣ 처음 맞은 당항포의 밤

 

 인연(因緣)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이번에 다시 경험하게 되었다. 공항에는 민주 아빠 김씨가 '김창집 선생님'이란 글씨를 쓴 종이를 들고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경상도 사나이의 의리(義理)가 나타나는 대목이라고나 할까? 이번 여행을 위해 여러 번 전화 끝내 만나게 된 것이다.

 

 사실 김씨와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었다. 우리 오름 모임에서 남해 금산 답사를 계획했을 때 숙소와 차량,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언젠가 한 번 전북 답사 때 인터넷에 의존했다가 낭패를 당한 뒤부터 될 수 있으면 아는 사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래서, 통영과의 인연을 생각하다 문득 떠오르는 일.


 

j

* 비행기에서 찍은 일몰 뒤의 모습

 

 20년쯤 전, 동료와 셋이서 통영에 갔을 때 그 중 한 분의 6촌 누이네 횟집에 가서 여관도 잡고 회도 얻어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횟집은 그만 두고 누이는 제주에 와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남편이 통영에 살고 있어 그 남편과의 통화 끝에 비로소 그의 후배가 하는 횟집과 모텔이 있는 당항포와 연결된 것이다.

 

 그렇게 요란을 떨었는데 금산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성군에 속하는 이곳은 임진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당항포 해전 대첩지로 선조 25년(1592)과 27년(1594) 두 차례에 걸쳐 왜선 57척을 전멸시킨 곳이다. 이를 기리고자 1984년에 기념관을 세우고 국민 관광지로 개발했는데, 거기에 우리가 먹고 잘 1층 횟집, 2층 모텔인 썬프라자가 있었다.

 

 해질녘에 도착한 당항포의 바다 내음은 제주와는 사뭇 달랐다. 내륙 깊숙이 들어온 호수와도 같은 바다 속에 비친 불빛의 일렁거림은 우리를 한껏 들뜨게 만들었다. 그 분위기는 숙소 횟집에서 오랫동안 그리던 갯장어를 먹고 여장을 푼 우리를 결국 노래방으로 불러내고야 말았다.


 

j

* 당항포의 밤(심심하다i가 와서 찍은 사진)

'국내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해 금산 답사기 (3)  (0) 2004.07.25
남해 금산 답사기 (2)  (0) 2004.07.23
봄이 오는 길목에서  (0) 2004.02.23
경상남도 남부 답사 갑니다  (0) 2004.02.19
학생들과 함께 한 수학여행 - 5  (0) 200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