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도랑마다 피던 시골길 여뀌

김창집 2006. 11. 4. 00:27

 

 

'여뀌'를 빻아서 냇가에 풀어놓아 고기를 잡았던 기억은
시골에서 자라 나이가 좀 든 분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여름부터 시작해서 가을까지
시골길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너무도 수수한 꽃.

 

그리고 여뀌란 녀석은 종류도 많다.
개여뀌, 겨이삭여뀌, 기생여뀌, 긴화살여뀌, 꽃여뀌, 바보여뀌, 털여뀌, 산여뀌
여기서 세뿔여뀌 이삭여뀌까지 있으니. 

 

 

 
♧ 여뀌(Water pepper)는 
 
 쌍떡잎식물 마디풀목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키는 80㎝에 이르며, 줄기에 털이 없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는 거의 없고,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잎이 달리는 가지는 얇은 막처럼 생긴 턱잎[托葉]으로 감싸여 있다. 연한 녹색 또는 연한 붉은 색의 꽃이 6∼9월경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달리는 총상(總狀) 꽃차례에 무리져 핀다. 꽃잎과 꽃받침 잎은 구분되지 않는데 5장으로 이루어지고 수술은 6개, 암술은 2개이다.

 

 열매에는 조그만 점들이 있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며 가을에 뿌리째 말린 것을 수료(水蓼)라고 하여 한방에서 해열제, 해독제, 지혈제, 이뇨제로 사용하며, 잎과 줄기를 짓이겨 물에 풀어 물고기를 잡는 데 쓰기도 한다. 잎은 매운맛을 가지므로 향신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물을 따라 씨가 퍼지기 때문에 물 속에서도 자랄 수 있어 물높이가 고르지 않은 물가에서 흔히 자란다. (신현철 글)

 

 

 

여뀌의 나들이 - 송연우

 

'할머니 선물'
아홉 살 소녀의 손에 한 움큼
개망초 서너 송이와 토박이 여뀌가 들려있다
곧은 줄기에 다닥다닥 붉은 도드라기가
힘껏 피워낸 저 여뀌의 꽃일 터인데

 

빈 책상 위 유리컵에 꽂혀
낯선 첫날밤을 맞는다

 

화려하지도 향기롭지도 않지만
나흘이 지나도 잃지 않는 꽃빛
밟힐까 뽑힐까 노심초사하던 마음이나
본체만체 외면당하던 서러움을 한껏 녹이고 있다
 
병원 오진으로 먹은 약독에 딸도
영락없이 여뀌의 몸
얼음덩이를 굴러도 붉게 이글거리던
그 열꽃
피가 흐르도록 긁어 따갑던 두려움
가슴에 살며시 다가온다

 

저 작은 꽃 그늘 
이 가을 이토록 깊을 줄이야 
 

 

 

♧ 그곳에 가고 싶다 - 반기룡

 

봄이면
달래 냉이 씀바귀 캐던 그곳
돌멩이 슬쩍 들추고 가재 잡던 그곳

 

여름이면
어린 시절 물장구치던 그곳
참외 서리하다 들켜 줄행랑치다 숨던 그곳
산 벚나무 찾아 멍석 깔고 후드득 후드득
버찌 털던 그곳
삽으로 막고 여뀌 풀어 메기 모래무지
미꾸라지 피라미 잡던 그곳

 

가을이면
숨바꼭질할 때 꼭꼭 숨어 술래가 찾지 못하던 그곳
동네 사람들 눈을 피해 사랑의 꽃을 활짝 피우던 그곳
지난해 눈 여겨두었던 계곡 찾아 활짝 벌어진 으름 따던 그곳

 

겨울이면
새 덫을 만들어 참새 콩새 방울새 잡던 그곳
화투 놀이하다 진 사람이 밥 서리 모의하며 떠들던 그곳

 

그곳에서 부르는 듯한데
멀게만 느껴지는 세월의 간격과 간극

 

세월이 무뎌지기 전에 그곳에 가고 싶다

 

 

 

♧ 가을 유감 - 정대구

 

벌써 왔구나
여기저기
내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너희들은 가 있었구나
저 염소똥과
가을 여뀌풀들
낙엽이 쌓이는 구석진 자리
그 어두운 곳까지
내가 가야 할 길을
먼저 가 주고
더러는 내 서투른 발길에 채여도
피하지를 않는구나
그러나 실수로라도
나는 너희들을 밟을 수 없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너희라 나를 피해 주려무나
여린 마음 다치지 않게,
이대로도 좋긴 하지만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은
구석구석
이 상한 마음을 어떻게 하려느냐.

 

 

 

♧ 쓸쓸한 버팀목 - 박재화

 

침목과 침목 사이
자갈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씀바귀 민들레 여뀌
더러는 낮은 풀들
제법 출렁였다
심지어 침목 갈라진 틈새
구부정히 꽃 피운 놈도 있었다
벌 나비 대신
때 없이 철마가 지나갔지만
오냐 두고보자
들풀들은 그때마다
다시 고개 들곤 하였다
어딘가로 떠난다는 건
끊임없는
살아 있음의 나부낌일 터
낯선 곳을 향해 손 흔드는
침목과 침목 사이는
우리 깊은 세상의
쓸쓸코도 아름다운 버팀목일 터.

 

 

 

♬ 명상 - 도량에 피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