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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첫날입니다.
아직도 제주는 추위와 거리가 멀었지만
서둘러 핀 까마중 꽃을 올립니다.
다른 것들은 아래에 나온 것처럼 까맣게 익었는데….
그리고, 저 꽃을 보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을 떠올렸습니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새로 시작하는 달의 첫날,
싱그럽고 기분 좋은 출발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 까마중(black nightshade)은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지과(Solanaceae)에 속하는 1년생초로 '까마종이' 또는 '깜뚜라지'라고도 한다. 곧추서는 줄기에서 가지가 옆으로 많이 나오며 키는 20∼~90㎝ 정도이다. 잎은 어긋나고 잎가장자리는 거의 밋밋하다. 꽃은 하얀색이며 5∼7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몇 송이씩 무리 지어 피고 꽃부리는 5갈래로 갈라진다. 열매는 진한 검은색 장과(漿果)로 익는다.
밭이나 길가에서 흔히 자라고 열매가 완전히 익으면 단맛이 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먹기도 하지만 독성분이 들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가을에 식물 전체를 캐서 그늘에서 말린 것을 용규(龍葵)라고 하는데, 줄기와 잎은 해열, 산후복통에 쓰며, 뿌리는 이뇨에 쓴다. 봄에 어린잎을 따 삶아서 물에 우려내어 독성분을 없앤 다음 나물로 먹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 널리 분포한다. (신현철 글)
♧ 11월이 좋다 - 오정방
나는 11월이 좋다
11월은
한 해 마지막 달이 아니어서 좋다
제13월이 없는 12월보다
11월이 더 좋은 까닭은
아직도 해를 넘기기엔
한 달이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11월을 좋아하는 다른 이유는
감사의 달이기 때문이다
만입이 있다해도
그 감사를 죄다 못할 만큼
감사할 것이 내게는
너무너무 많기 때문이다
♧ 11월 - 안재동
11월은, 어쩐지
우거진 억새 숲 속에서 혹은
고즈넉한 시골길의 돌담 같은 곳에
기대어 서서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며
외롭고 쓸쓸히 서 있는 사람 같다.
들녘의 감나무엔 불그스레
감들이 탐스럽게 잘도 익어
마음은 넉넉한데
저들도 이내 어디론가 사라지고,
운 좋게 끝까지 남게 되는 몇몇은
까치의 부리에 사정없이
쪼임 당하거나
된서리에 살을 에는 고통을
맛볼 것이다.
이따금 매몰차게 부는 바람에
나무들은 신음조차 없이
제 피붙이들을 잃어가고
나뭇가지는 점점 성글어 가는데
어느 곳에도 정착 못 하고
메마르고 찬 땅바닥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잎새들의 붉은 주검은 또
어찌 저다지 얄밉도록 아름답고
자유스럽더란 말인가.
11월은
그 손길이 언제나 냉랭하지만
이젠 가고 없는, 그런
그리운 사람의 따뜻한 훈기와
짜아한 눈시울로
멋쩍게 터벅터벅 찾아온다.
♧ 11월에 - 고혜경
달빛에 홀로 선 나목(裸木)
투명한 새벽에 젖어
멀어지는
가을의 마지막 얼굴 되어
별빛보다
더 시리게 떠나간다
사라져 흙이 되는 것마다
의미는 남아
이슬이 채 밟히지 못한 시간 앞에
때를 따라 아름답게 서성이는
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마른 잎
천 년을 두고도 남을
사랑보다 더 깊은 의미의 진실이구나
햇살로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새 소리 만으로
눈물겹고 감격할 수 있는
겨울의 싸늘함 속에
지는 나이를 끌어안기 시작한
11월에 자족(自足)할 수 있는
초록 잎 무성한
봄의 향기가 되어보자
♬ Morning song - 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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