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름에서 만난 한 무더기 꽃
엊저녁 스산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이 벌써 입동(立冬)이군요.
아직 텔레비전 뉴스가 안 나와 그렇지만 중부지방에 한파가 예상됩니다.
옷깃을 여미고 종종걸음치는 모습이 선연합니다.
꽃향유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9∼10월에 붉은 빛이 강한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피지만
지난 토요일 후배 국어 선생님들과 오름에 갔다가
이 귀한 꽃 한 무더기를 발견하고는 모두 기뻐하며 그 자태를 감상했습니다.
이 불로그 '디카 일기'(2006.10.24)에 가면 '빈 산야를 물들이는 꽃향유'라 해서
자줏빛 흐드러진 꽃을 '낙엽은 지는데'라는 걸쭉한 목소리의 가요와 함께 실려 있습니다.
오늘 이 상서로운 빛의 꽃을 즐겁게 감상하시고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 24절기 중 열아홉째 '입동(立冬)'
원래 절기(節氣)는 음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양력으로 치면 11월 7∼8일경이 된다. 1년은 12달인데 절기는 24절기여서 보름 정도에 한 절기씩 바뀌는데, 앞은 상강(霜降) 뒤는 소설(小雪)이다. 태양의 시황경이 225도일 때이며, 음력으로는 10월 절기이다. '겨울이 선다'는 의미는 겨울이 시작된다는 뜻이며, 동아시아 쪽은 이 때부터 석 달이 겨울인 셈이다.
이 시기엔 낙엽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분다. 옛날에는 무와 배추가 얼기 전인 이 무렵에 김장을 담갔으나 지금은 온난화의 영향인지 쉬 시어버리기 때문에 뒤로 미루고 있다. 그렇지만 이 때부터 서서히 겨울 채비를 하여야 한다. 옛날 같으면 이 시기는 추수가 끝난 때여서 고사 지내는 집이 많았다.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쪄서 토광, 터줏간지, 씨나락섬이나 외양간 등에 고사 지내고, 농사짓느라 애쓴 소에게 여물을 먹이며, 이웃집과 나누어 먹었다.
♧ 입동 - 이명기
바람이 몹시 불어 코끝이 어는데,
빈손 쫙 펴 들고 먼 곳을 배경으로 섰습니다.
다 쓰러진 세상엔 더 이상 흔들릴 것이 없습니다.
거울처럼 잘 닦여진 풍경 속으로 자꾸 얼굴 감추는
길을 갑니다. 이 길 끝에는 드문드문 까치밥이 어는
몇 채의 집과 샛강 건너 돌담을 쌓고,
저물 무렵엔 낮은 지붕 위로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입니다. 몇 남은 잎에 내려온 햇살같이,
기다림이 끓고 있는 곳으로, 이제 한동안
당신을 만날 수 없음을 압니다.
♧ 입동 - 권복례
세월은 그냥 가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내 몸 구석구석
몸살을 앓게 하고
그리고 또 한 살을 먹는 건가
경상도 사투리로 약을 조제하는
그 여자에게로 가는 길목의
가로수 잎이 한 개도 남아있지 않다
늦은 시간까지 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버린 시민공원의
적막함,
늘 바라보기만 할 때는
그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서럽고 서러웠다
늦은 밤
모두 떠나 보내고 빈 가지로 겨울바람을
맞고 서 있는 나무의 추위가
다 내게로 몰려온다
♧ 입동 - 이외수
달밤에는 모두가 집을 비운다.
잠 못 들고
강물이 뜨락까지 밀려와
해바라기 마른 대궁을 흔들고 있다.
밤 닭이 길게 울고
턱수염이 자라고
기침을 한다. 끊임없이
이 세상 꽃들이 모두 지거든
엽서라도 한 장 보내라던 그대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서
지금 쓸려 가는 가랑잎 소리나 듣고 살자.
나는 수첩에서 그대
주소 한 줄을 지운다.
♬ 그리움에, 그리움에(낭송/송화 이상금 /글/ 홍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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