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한라수목원서 만난 죽절초

김창집 2006. 11. 10. 00:42

 


 몇 년 전 사진기가 고장나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며 면세점에서 소니 디카를 사들여 늘 휴대하고 다녔다. 그러다 떨어뜨려 액정(液晶)이 나가 15만원이나 주고 새로 갈았고, 셔터가 고장나 8만원이나 주고 수리해봐도 영 셔터가 작동이 안되어 던져 버렸다.

 

 면세품을 샀다고 서비스센터에서는 순전히 바가지만 씌우고 관심도 기울이지 않아 홧김에 에프터 서비스를 보고 국산으로 삼성 케녹스 α7을 사서 또 휴대하고 다녔다. 1년이 되었을까? 액정이 고장 났다. 어느 날 역광(逆光)으로 꽃을 찍으려고 보니까 액정이 우그러지면서 엉망이 되었다.

 

 어떤 땐 아예 흑백 먹통이 되는가 하면 물감을 짓이겨버린 것처럼 추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런 걸 바쁘다는 핑계로 두어 달 가지고 다녔으니 나도 어지간한 놈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그냥 사진기처럼 풍경사진을 찍었고, 꽃은 초점을 감으로 맞추고 경험으로 찍어 그냥 내보낸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일요일 답사 가서 사진을 찍는데 도무지 색이 안나와 월요일엔 어렵게 시간을 내어 신제주에 갔더니, 부속이 없다고 연락하면 오라고 해서 어제 가서 한참동안 수리해서 내주길래 기뻐서 한라수목원에서 시사(試寫)하려니 해가 거의 진 뒤라 단풍도 그렇고 문을 닫기 5분전 온실에 갔다가 이것을 만나 허겁지겁 찍었다.
    

 

 

♧ 죽절초(竹節草, Chloranthus)는 

 

 쌍떡잎식물 후추목 홀아비꽃대과의 상록 아관목으로 높이 1m 내외이고 줄기는 녹색이며 털이 없고 마디가 두드러진다. 잎은 마주 달리고 긴 타원형 또는 넓은 바소꼴로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으며 털이 없다. 표면에는 광택이 있다. 꽃은 6∼7월에 피고 연한 황록색이며 수상꽃차례에 달린다. 꽃은 양성이고 꽃잎도 꽃받침도 없으며 수술과 암술이 1개씩 있다. 씨방은 달걀모양이며 연한 녹색이다.

 

 열매는 11∼12월에 결실하며 핵과로 육질이고 둥글며 5∼6개 또는 10여 개씩 수상꽃차례로 달리고 붉게 익는다. 겨울에도 열매가 달려 있어 싱싱한 잎과 잘 어울려 일본에서는 정초에 장식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제주도, 일본, 타이완,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네이버)


 

 

♧ 만추(晩秋) - 이용악

 

노오란 은행잎 하나
호리호리 돌아 호수에 떨어져
소리 없이 호면(湖面)을 미끄러진다
또 하나 --

 

조이삭을 줍던 시름은
요즈음 낙엽 모으기에 더욱더
해마알개졌고

 

하늘
하늘을 쳐다보는 늙은이 뇌리에는
얼어죽은 친지 그 그리운 모습이
또렷하게 피어오른다고
길다란 담뱃대의 뽕잎 연기를
하소에 돌린다

 

돌개바람이 멀지 않아
어린것들이
털 고운 토끼 껍질을 벗겨
귀걸개를 준비할 때
기름진 밭고랑을 가져 못 본
부락민 사이엔
지난해처럼 또또 그 전해처럼
소름 끼친 대화가 오도도오 떤다
 

 

 

♧ 만추 - 배한봉

 

열매를 달지 못하는 나무는
하늘로 팔을 쳐들고 벌을 쓰지만
열매를 단 나무는
팔을 늘어뜨린 채 출렁인다

 

보아라, 악착같이 매달린
살찐 열매들 건사하느라
뼈마디마다 힘을 꽉 주고 있는 나무들
햇빛이 눈부신 것은 열매 때문이 아니라
무겁게 휘늘어진 저,
영혼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세상에서 제일 힘센 팔 다리를 만난 거다
노동의 순결을 아는 자만이
가 닿을 수 있는 나무의 나라
아, 나는
감은 따지 못하고
눈만 자꾸 비비고

 

 

 

♧ 만추(晩秋), 부석사 - 김하인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을 안고서
그대와의 사랑이
수태된 날을 떠올린다.
사랑이여,
예까지 오는 동안 새가 울어
산 푸르러지고
산 붉어지던데
나 혼자 세상을 떠나는 걸음걸이로
이 고적한 사찰을 들어
그대와의 둥글었던 사랑을
껴안고 눈물 흘린다.
내가 그대를 안아
그대 날 임신해
배불러지던 아름다운 날들이
보라, 단풍진다.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날아가고 떨어져
수북수북 쌓인다.

 

 

 

♧ 만추 - 정군수

 

숨어있던 내 작은 뜰에도
낙엽들이 몰려와
가을은 어디에도 지천이다
남루를 걸친 사내가
가을을 껴안고 뒹굴다가
불려온 바람 속으로 침몰한다
잎 진 가지 사이로
하늘을 기대고 선 나무들이
인간보다도 고독하다
죽어 넘어진 나뭇잎들이
구르는 차바퀴 아래로
또다시 몸을 던진다
쇳소리보다 날카로운 달이
여인의 냉소처럼 떠있는
도시의 건물 사이를 지나
장례식장으로 가는 불빛들이
가을 속으로 잠겨간다

 

 

♬  옛 시인의 노래 -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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